“무기 지원 안해” 폴란드, 우크라와 갈등 폭발…전쟁에 악재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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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21일 1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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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동맹국이었던 폴란드가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폴란드의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연장 조치에 대해 양국이 팽팽히 맞서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분위기다.

20일(현지시간) BBC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폴란드를 더 현대적인 무기로 무장해야 한다”며 “우리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이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농산물 수입 금지에 대해 보복에 나설 경우 수입 금지 품목을 더 확대하는 것으로 맞대응하겠다고도 강력히 경고했다.

이 같은 폴란드의 무기 지원 중단 조치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해 갈등이 격화한 상황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이후 흑해 수출 항로가 막히자 인접 동유럽·중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육로와 수로를 통한 곡물 수출량을 늘렸다.

이로 인해 현지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자 EU는 지난 5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5개국에 한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직접 수입을 금지하고 경유만 가능하게 했다.

◇젤렌스키 “정치적 연극으로 러 도와”…폴란드, 우크라 대사 초치

해당 조치는 앞서 지난 15일 만료됐으나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는 자국 농민 보호를 명분으로 금수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강력히 반발하며 이들 국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 1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개별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제품의 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전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곡물 금수 조치와 관련해 유럽에서 우리의 친구 중 일부는 정치적 연극으로 결속해 러시아가 무대를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폴란드 외교부는 바실 즈바리치 주바르샤바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이 같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우크라이나가 폴란드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물에 가라앉는 사람은 구조자도 익사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폴란드에 대한 부당한 비난”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어 폴란드는 수입 금지 조치를 유지할 것이며, “(우크라이나가) WTO에 제소하는 것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주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우크라 적극 지원했던 폴란드…전쟁 ‘직접 영향’ 가능성

양측이 이처럼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블룸버그는 상황이 악화할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의 목적지이자, 우크라이나로 가는 서방 원조와 군사 장비의 90%가 통과하는 관문으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전쟁에 대한 전 세계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폴란드와의 긴장 관계 고조 상황은 우크라이나에 타격이 되고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폴란드에 있어서도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는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다. 내달 열리는 총선에서 3선 연임을 노리는 집권 ‘법과정의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비용에 대한 국가적 불만이 커지며 극우연합인 ‘자유독립연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선 앞서 지난 4월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곡물 수입 중단 조치를 피하겠다는 약속이 법과 정의당 대표 야로슬라프 카친스키의 발표로 인해 깨졌다고 불평이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양국 관계가 ‘선거의 인질’이 됐다고 지적했다.

폴란드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50만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받아주고, 독일의 레오파르트2 주력전차와 주요 전투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지원 국가로 나서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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