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 더위’에… 美아마존 운전기사 첫 파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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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마존 배송 기사들이 지난달 미 캘리포니아주 팜데일에서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화물노조 제공
미국 아마존 배송 기사들이 지난달 미 캘리포니아주 팜데일에서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화물노조 제공
“정차 된 트럭은 오븐 같아요. 오르는 순간 어지럼증이 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마존 배송 기사 라지 싱 씨는 폭염 속 배송이 위험한 업무가 되고 있다며 6월 말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동료 84명과 함께 아마존 배송 기사로서는 처음으로 미 화물노동조합에 가입해 노동쟁의에 나선 것이다. 그는 미 기후변화 전문지 그리스트에 “35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하루 최대 400번 정차를 해야 한다. 화물칸은 50도가 넘을 정도”라며 “폭염이 근무환경을 가혹하게 만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1일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미 사상 최악의 폭염에 싱 씨와 같은 실외 현장 근로자들은 극도의 피로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6월 말 미 텍사스주 댈러스에서는 우체국 배달원이 폭염 속 업무 중에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물류업체 UPS 직원들은 시위 끝에 최근 트럭 에어컨 설치 약속을 받아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냉방시설이 부족한 캔자스주의 한 육가공 업체에선 5월 이후 직원 2500명 중 200여 명이 사표를 냈다. 폭염 속에 두꺼운 보호복을 입고 보안경을 써야하는 데다 장비 소독을 위해 뜨거운 물을 지속적으로 부어야하는 근무환경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도 폭염 속 쇼핑카트 관리 업무를 하던 20대 청년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폭염이 공중보건 위기 수준으로 확대됨에 따라 각국 노동시간과 생산성도 일제히 줄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7000만 명이 폭염 영향권에 든 미국은 전국에서 전기점검 서비스 등이 급격히 줄고 있다.

NYT에 따르면 폭염에 따른 생산성 감소로 인해 미국에선 이미 2020년 1000억 달러(128조 원) 가까이 손실이 발생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050년에는 연간 5000억 달러(640조 원)로 손실이 불어날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폭염이 근로자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건강상 위험을 높여 210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7.6% 위축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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