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갈등 고조에… ‘아브라함 협약’ 체제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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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이-아랍국간 맺은 평화협정
모로코, 당사국 정상회의 연기 밝혀

잇단 무력충돌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고조되자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 국가 간 평화협정인 아브라함 협약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모로코 외교부는 23일 성명을 통해 “아브라함 협약 당사국 정상회의를 여름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아브라함 협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중재로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같은 아랍권 국가가 이스라엘과의 오랜 갈등을 뒤로하고 서명한 평화협정이다. 지난해 3월 이스라엘에서 역사적 회담을 한 협약 당사국들은 올 상반기 모로코에서 회담할 계획이었다.

모로코는 이스라엘의 대(對)팔레스타인 강경책 탓에 회담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19일 요르단강 서안 제닌 난민촌 수색 과정에서 무장헬기까지 동원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교전을 벌였다. 최근 이어진 크고 작은 충돌로 사상자 100여 명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국제사회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지역 내 유대인 정착촌에 주택 1000여 채 건설을 승인하는 등 정착촌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나세르 부리타 모로코 외교장관은 “역내 평화를 흔드는 (이스라엘의) 도발적이고 일방적 행동이 (회담 연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아브라함 협약은 지난해 11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립정부가 들어서면서 휘청댈 조짐을 보였다. 올 초 대표적 극우파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이슬람교 3대 성지 알아끄사 사원이 있는 동예루살렘 방문을 강행해 아랍 국가들이 크게 반발했다. 이스라엘 우방 미국도 ‘성지 도발’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스라엘 여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동예루살렘 성지를 이슬람교와 유대교 구간으로 나누는 법안까지 추진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모두 성지로 여기는 동예루살렘은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 영토에 속하게 됐지만 성지 관리 및 운영은 요르단이 맡고 있다. 현재 이슬람교도만 성지에서 기도할 수 있다.

아브라함 협약이 흔들리면서 중국을 견제하며 중동에 대한 영향력 재확보에 나서려던 미국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아브라함 협약을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고조#아브라함 협약 체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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