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銀 총재에 경제학자 우에다 지명… “금융완화 점진 축소 예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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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후 첫 학자 출신 총재 발탁
서머스 前 美재무 “일본의 버냉키”
우에다 최근 “금융완화 계속 필요”
경기부양 급격한 축소는 없을 듯

일본 정부가 14일 일본은행(중앙은행) 신임 총재로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지낸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72·사진) 도쿄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를 지명했다. 이날 일본 국회에 제출된 인사안이 국회 동의를 얻어 통과되면 4월 8일로 임기를 마치는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79) 현 총재의 뒤를 잇는다.

일본은행 총재가 10년 만에 교체되면서 “윤전기로 돈을 찍어 내겠다”라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도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금융권에서는 총재 교체를 계기로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의 점진적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우에다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첫 학자 출신 총재로 지명됐다. 일본은행 총재는 그동안 내부 혹은 재무성(옛 대장성) 출신 인물들이 맡아 온 게 관례라 일본 내부에서는 ‘깜짝 인사’로 평가하고 있다.

우에다 교수는 도쿄대를 나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MIT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때 훗날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을 지낸 스탠리 피셔 전 MIT 교수 제자였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이 MIT 출신이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우에다 교수를 ‘일본의 벤 버냉키’에 비유했다.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를 상징하는 구로다 총재 퇴임 이후 국제 감각이 있는 경제학자 출신이 오는 만큼 주요국 중앙은행 및 시장 참가자와 원활히 소통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구로다 총재는 미국 등 주요국이 일제히 금리를 인상하며 고물가 잡기에 힘을 쏟았던 지난해 내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따른 경기 하락을 우려하며 초(超)저금리 정책을 고집했다. 이 때문에 주요국과의 금리 차이 확대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시장과의 불통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에다 교수는 최근 “현 일본은행 정책은 적절하며, 금융 완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여러 판단을 논리적으로 하고, 설명은 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금융 완화 정책을 급격하게 바꾸진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한 일본은행 전직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우에다는) 아베노믹스에 집착하는 사고방식을 유지하지 않고 경제 정세에 따라 정통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금융정책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우에다 교수를 일본은행 차기 총재로 지명한 것은 전면적인 경기 부양 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일본 경제가 오랜 기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급진적 출구전략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경제성장률은 1.1%로 2년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2021년(2.1%)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 경기 침체 전망이 여전한 상황에서 일본이 경기 반등 계기를 찾기 쉽지 않은 만큼 급격한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은행#우에다 가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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