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방, 우크라에 바흐무트 대신 남부 공세 준비 설득중”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25일 10시 07분


코멘트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가 병력 소모가 큰 동부 바흐무트 사수 전략을 포기하고 서방이 최근 지원키로 한 새로운 장비를 활용해 남부 지역 공세에 나설 것을 설득하고 있다고 미 CNN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거의 6개월 동안 바흐무트 지역 60㎞에 달하는 전선에서 러시아군과 맞대결을 벌여왔다. 바흐무트는 동부 도네츠크 및 루한스크 지역 반군 장악 거점 사이에 있는 곳이다. 바흐무트는 현재 포격으로 거의 모든 건물이 붕괴된 상태다.

한 서방 고위 정보 장교는 지난 주 양측이 하루 100~400m 정도의 땅을 두고 거의 매일 수천 발의 포격을 가하는 “참혹한 소모전”이라면서 “바흐무트가 지금처럼 파괴된 상태로는 군사적 이점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과 서방의 당국자들은 최근 몇 주 동안 봄 대공세가 예상되는 지금 새로운 전술이 필요하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전략적 중요성이 작은 바흐무트를 포기하고 남부 공세 작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미 고위 당국자 세 사람도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좌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콜린 칼 국방부 정책 차관 등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의 소모전에서 신속하고 예측하기 힘든 기계화 기동 전투방식으로 전환하길 도우려 한다고 밝혔다.

당국자들은 미국과 유럽 각국이 영국이 탱크 14대를 지원키로 하는 등 최근 몇 주 새 우크라이나에 수백 대의 기갑 차량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 우크라이나의 작전 변경을 도우려는 것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흐무트를 포기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젤렌스키는 바흐무트를 사수하면 돈바스 지역 전체를 탈환하는데 유리하다고 보고 있으며 러시아가 승리하면 전략적으로 중요한 슬로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가 위험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바흐무트는 또 우크라이나에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한 서방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중시하기 때문에 중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미 군사 당국자도 우크라이나가 전략적 메시지 면에서 바흐무트의 가치가 크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바흐무트 전투로 러시아군을 소진시키는 효과도 있다.

한 미 군사 고위당국자는 지난 23일 러시아가 “장비도 훈련도 부족한” 수천 명을 최근 몇 달 새 바흐무트 등지에 투입해 큰 손실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 역시 병력 손실이 크며 하루 수천 발의 포탄 사용량도 엄청나다. 미국은 이 같은 전투 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러시아군은 와그너 용병 그룹이 수천 명의 죄수를 총알받이로 내모는 등 병력과 포탄 재고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서방 정보 당국자들이 밝힌다.

미 당국자들은 최근의 기갑 장비 지원과 훈련 확대로 우크라이나군이 전술을 바꾸길 기대한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 20일 “장비 지원과 훈련 지원에 근거해 우크라이나가 전술 및 작전을 크게 변화시켜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최대한 많이 해방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으로 수주 이내에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정보 당국자들이 밝힌다.

빌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달 초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푸틴의 계획에 대한 미국의 평가를 전달했다. 푸틴이 20만 명을 추가로 징집하는 것을 검토하는 징후도 있다. 푸틴은 다만 지난해 공개 징집 때 수십만 명이 해외로 탈출하고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발이 컸기 때문에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우크라이나 사령관으로 다시 임명한 것은 푸틴이 새로운 공세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 준다.

러시아군 장교들 일부가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 재점령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 감청됐다고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정보 당국자들이 밝힌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과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하르키우를 재점령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 러시아군은 최근 최대 75%까지 포격량이 줄어 보급이 제한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 때문에 대규모 공세 작전을 펴기에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대신 러시아는 바흐무트를 점령한 뒤 이를 발판으로 돈바스 지역과 자포리자 지역 점령지를 늘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1일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서 공격을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