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IAEA 총장 “北 풍계리, 연쇄 핵실험 징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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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인터뷰서 “4번 갱도 도로 정비
3번 갱도 이어 연쇄실험 가능성”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사진)이 17일(현지 시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4번 갱도 주변 도로를 정비하고 있다”며 “북한의 최근 활동은 연쇄 핵실험의 징후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북한이 4번 갱도를 재개방하는 데 두 달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최근 활동은 분명 어떤 종류의 핵실험도 할 수 있는 준비”라고 말했다. 북한이 풍계리 3번 갱도 복원을 마무리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데 이어 4번 갱도에서 연쇄 핵실험 정황이 파악됐다는 것이다. IAEA가 북한의 연쇄 핵실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4번 갱도는 수소폭탄 실험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북한이 전술핵무기 등 핵무기를 다양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파악하고 있다”며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활동과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다. 한미는 북한이 3번 갱도에서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무기용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또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확장 시설이) 최소한 외관은 이미 완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강선 핵 단지에는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매우 흡사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 시설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밀 핵시설인 강선에서 고농축우라늄(HEU)을 제조하고 있다는 판단을 공개한 것이다.

IAEA “北, 상상 가능한 모든 분야서 핵 개발… 핵무기 다양화”




그로시 IAEA 사무총장 인터뷰

“北, 핵시설 빠른 속도로 재가동 전술핵 등 개발 동시다발 진행
영변 고농축우라늄 시설도 확장, 세계 핵질서 중요한 변화 맞아”
“한국 원전확대 매우 현실적 정책”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7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쇄 핵실험을 할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공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7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쇄 핵실험을 할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제공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7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북한은 상상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핵 역량을 진전시키고 있다”며 “북한이 전술핵무기 등 핵무기를 다양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분명한 것은 북한의 핵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핵무기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핵무기를 다양화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징후는 북한이 우리가 찾아낸 것보다 더 많은 핵시설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도 했다.

그는 “세계 핵 질서가 중요한 변화를 맞고 있다. 북핵 문제 등 동시다발적 위기가 핵 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과 일본, 대만에서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도입론이 부상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하면 ‘핵무장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많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핵무기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선을 넘었다. 풍계리 핵실험장의 여러 갱도에서 이뤄지는 활동은 핵실험 준비가 높은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쇄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최근 풍계리 4번 갱도 주변의 도로를 정비하고 있다. IAEA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4번 갱도를 재개방하는 데 두 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기관의) 일부 분석가는 2번 갱도로 차량 접근로를 만들기 위한 활동일 수도 있다고 본다. (7차 핵실험 준비가 끝난) 3번 갱도를 포함해 풍계리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은 연쇄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징후와 일치한다.”

―북한의 핵 활동이 2018년 비핵화 협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나.

“북한은 매우 빠른 속도로 핵 시설을 재가동하고 있다. 일부 징후는 북한이 우리가 지금까지 찾아낸 것보다 더 많은 핵시설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확대할 것이다. 이제 문제는 북한이 얼마나 다양한 특성의 핵무기 역량을 구축할지다. 북한이 전술핵무기 등 핵무기를 다양화하려 한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활동과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최소한 (확장 시설) 외관은 이미 완성된 상태다. 또 강선 핵단지에는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매우 흡사한 특징을 가진 시설이 있다. 강선 핵단지에서 (우라늄) 농축 역량이 확장되고 있는 징후라고 확실히 평가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2009년 IAEA 사찰단이 추방됐을 때보다 더 많은 핵시설에서 더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북한 핵 사찰의 기준과 출발점을 세우는 것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IAEA는 언제든 북한에 들어갈 수 있도록 높은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미는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을 검토하고 있다.

“모든 합의는 반드시 검증 가능한 정보 아래 이뤄져야 한다. IAEA는 이런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의 신고 절차를 검증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참여국들이 합의 과정에서 비핵화 정의를 두고 다른 주장을 할 우려가 있다.”

―한국 정부는 원자력 발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매우 현실적인 정책이다. 전체 에너지의 30%를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고 있는 한국이 원자력을 제외한 채 탈(脫)탄소 에너지 조합을 만들기는 어렵다.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소형모듈원전(SMR) 모델이 있고 많은 개발도상국이 SMR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일본 방사능 오염 처리수 방출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IAEA는 처리수 방출 과정은 물론 사후에도 계속 안전성을 검증하고 합의를 벗어난 방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국제 전문가들과 협력할 것이다. 처리수 방출은 역내 국가들의 경제활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며 일본 후쿠시마 인근 어업종사자들도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국제사회가 방출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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