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다가오는데”…우크라 농민들, ‘러 항구 봉쇄’에 발동동

  • 뉴시스
  • 입력 2022년 5월 31일 1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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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농산물 수확기가 다가오면서, 우크라이나 당국과 농민들이 러시아 항구 봉쇄를 뚫고 곡물을 수출할 방법을 찾는데 분투 중이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오는 6월 말 밀을 시작으로 해바라기 등 주요 작물 수확기를 맞는다.

러시아의 항구 봉쇄로 현재 2200만t에 달하는 식량이 발이 묶인 것으로 파악되며, 우크라이나 농민들은 올여름 수확 장물을 보관할 장소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비료도 바닥나고 있다.

오데사 인근 한 마을에서 1000㏊ 규모 농장을 운영는 이고르 슈메이코는 매년 수확철 약 25㎞ 떨어진 오데사로 농산물을 운반해 해로로 수출해왔다.

하지만 러시아가 마리우폴, 베르댠스크를 점령하고, 뱀섬(즈미이니섬)을 전략 기지로 삼아 터키 다르다넬스 해협으로 향하는 길목을 통제하면서 수출길이 막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과 농민들은 다음달부터 수확되는 옥수수, 밀, 해바라기유 등 3000t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확량 절반도 안 되는 곡물이 수출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전 세계 곡물 수출 8%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한 식량 가격 추가 인상과 식량 부족 사태 위험 경고도 나온다.

오데사 지역 당국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 중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 우방인 벨라루스는 서방 제재 해제 없이 육로를 내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를 통한 철로 운송은 비용 부담이 크다.

여기에 러시아군이 오데사주 자토카 드네스트르강 하구 다리에 두 차례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우크라이나 남서쪽과 루마니아로 향하는 주요 육로도 차단된 상황이다.

키이우 북부 한 농부는 옥수수 5500t을 다뉴브강 레니 항구로 운송하기 위해 지난 10일 출발했다. 경유 부족과 교량 파괴로 하루면 도달할 거리에 3일 걸렸으며, 트럭에서 상품을 내리는 데만 8일 기다려야 했다.

또 다른 농부는 러시아가 레니항에서 흑해로 가는 수로 최소 한 곳에 지뢰를 설치했다고 전했다. 레니항 선박에 물건을 선적하는데 약 15㎞ 줄을 서야 하며 최대 15일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다뉴브강 이즈마일 항구를 통한 방법도 거론되고 있지만, 경유가 인상으로 농민들 부담이 크며 안전상 문제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육로 수송을 위해 철도, 도로, 다리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계속된 러시아군 공격을 받고 있다. 미국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식량을 무기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인프라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최대 농산물 수출업체 MHP의 존 리치 회장은 “오데사항을 통한 일부 상품 수출은 몇 달 내 가능할 수 있지만, 피해가 큰 나머지 (항구는) 재건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흑해 항구가 오는 2023년 말까지 폐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우크라이나 항구 봉쇄가 계속될 경우 전 세계 수백만명이 아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은 이집트, 튀니지 등으로 수출되며, 4억명가량 인구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식량을 인질로 협박하고 있다며, 세계가 행동을 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 28일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제재는 세계 식량 위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식량 부족, 물가 상승, 기아 위협의 유일한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봉쇄”라고 비난했다.

영국 국방부도 지난 29일 우크라이나 사태 정보 보고에서 “우크라이나의 흑해 해상 지뢰 배치는 러시아의 수륙 양용 공격 위협에 의한 것”이라며 “러시아는 스스로를 ‘합리적 행위자’로 거짓 표현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실은 러시아가 정치적 목표를 갖고 실패를 서방 탓으로 돌리기 위해 세계 식량 안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 정상들도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해 봉쇄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군사 지원과 함께 식량 위기를 논의했다.

안드리 자고로드뉴크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해상 협정을 파기하고 우크라이나 선박 한두척을 침몰시킬 것이라며, 터키와 영국에 해로 강화를 위해 흑해 북서부로 선박을 보내달라고 제안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책임을 돌리며, 지뢰 제거와 대러 제재 해제 시 항구를 개방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서방 국가의 현명치 못한 경제·금융 정책으로 세계 식량 시장에 문제가 생겼다”며 “반러 제재가 해제되면 비료와 농산물 상당량을 수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가 흑해와 아조우해 해상에 지뢰를 설치했다며, 우크라이나가 무기를 제거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5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통화에서도 밀 수백만t 반출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부유 기뢰를 깔아 항구를 봉쇄하고 있다고 책임을 돌렸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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