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이 키이우 시가전 포기하고 동부에 집중하는 이유는?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19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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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7주째 접어든 가운데 무기와 병력을 재정비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공격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러시아군이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수년간 싸워온 우크라이나 동부에 병력을 집결하는 것은 수도 키이우 탈환에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크렘린궁은 러시아군의 빠른 진격에 우크라이나군이 겁을 먹어 키이우가 전투 없어 함락될 것으로 확신하는 듯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짐 타운센드 전 유럽·나토 담당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그들은 할리우드 스타일로 빠르게 키이우 점령에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키이우 점령 작전을 전개한 직후 부실한 전략과 심각한 병참 부족으로 고전했다. 또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 점령에 필요한 병력을 갖추지 못했다.

미국 연구기관 랜드 코퍼레이션의 선임 국방 분석가인 스콧 보스턴은 “키이우의 면적은 워싱턴DC의 두 배가 넘는다”며 “러시아가 장악해야 할 지형이 넓지만 러시아 보병 전력은 다소 취약해 보인다”고 말했다.

보스턴은 “키이우시는 드네프라강을 따라 좌우로 나뉜다. 강 건너서 서로를 지지할 수 있는 두 개의 큰 도시와 같다”며 “지형을 알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의도적으로 도시로 연결되는 다리를 파괴했다. 홍수가 발생한 지역도 러시아군의 진격을 방해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또 키이우 외곽 지역에 있는 안토노프 공항을 신속히 장악하는 데 실패했다. 만약 러시아군이 안토노프 공항을 신속하게 장악한다면 더 많은 장비와 보급품을 들여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도시 지형은 3차원 지형으로 공격자들은 360도 각도에서 적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도시를 방어하는 자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한편으로 민간인 피해 최소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

건물들을 적의 관찰과 공격으로부터 보호막 역할을 해줄 뿐만 아니라 사격에 용이한 각도를 제공한다. 은행과 정부 건물과 같은 견고한 콘크리트 구조물은 방어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터널과 지하철과 같은 지하 공간은 보급품을 보관하고 공중 공격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데 도움이 된다.

러시아군이 키이우 공격을 시작한 이후 도시의 모습은 변모했다.

도시 전역에 보급품과 대전차 미사일과 같은 무기들이 숨겨져 있었고 건물 주변에는 대공포가 배치돼 있었다.

도시 주변에는 바리케이드와 검문소가 설치됐다. 트럭과 버스, 콘크리트 블록, 타이어, 모래 주머니는 적군의 진군을 막고 우크라이나군을 보호하는 장벽으로 사용됐다.

바리케이드는 또 방어자들이 대포와 폭발물로 공격할 수 있는 지역으로 적들을 유도한다.
이에 대해 보스턴은 “준비된 방어는 공격자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말 병력을 키이우 외곽에서 우크라 동부로 이동시키며 전략을 바꾸는 것처럼 보였다. 시나라오 전문가들은 키이우 점령 시도는 우크라이나군에 유리한 시가전을 의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어자들은 도심 지형을 활용하면서 대전차 미사일인 NLAW나 RPG로 적의 탱크를 제거할 수 있다. 반면 공격을 하는 부대는 바리케이드나 창문 뒤에서 날라오는 작은 무기 공격에 취약하다.

공격 부대는 도시의 거리 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를 점령하기 위해 많은 병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방어자들에 더 유리하다.

러시아 기갑부대에게는 트인 지형이 더 낫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키이우 부근에서 러시아군은 도로를 이용해야만 했고 매복 공격과 공중 공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었다.

도시 공격으로 인한 황폐화는 침략자들이 도시를 장악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고 지역 주민들의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트레이시 저먼 킹스 칼리지대 분쟁·안보 전문 교수는 “핵심 도시들에 대한 포위와 점령은 매우 파괴적이며 지역 주민들에게 상당한 비용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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