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안보보장 안되면 우크라 군사대응”… 美 “침공땐 전례없는 제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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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시아, 우크라 신경전 가열
푸틴 “나토가 약속 어기고 동진 계속… 군사적 대응 가능” 연일 강경 발언
해리스 “이전에 보지 못한 제재” 경고… 러시아군 1만명 철수도 ‘꼼수’ 의심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일촉즉발의 신경전이 한층 첨예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안보 보장을 거부하면 군사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전례 없는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맞섰다. 우크라이나가 미-러 갈등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것이다. 만약 전쟁이 발발할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 러-우크라 국경서 유럽 위성 공격 받아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6일 국영방송 로시야1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동진(東進) 중단 및 안보 보장’이라는 러시아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여러 측면에서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우리 군사 전문가의 제안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새 미사일이 수도 모스크바까지 날아오는 데 4,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는 서방이 자초한 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서방에 의해) 물러설 곳이 없는 곳까지 몰렸다”고 거듭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 또한 이날 CBS에 출연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하면 이전에 보지 못한 제재에 나설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에게 이를 이미 경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지대에서 러시아군을 감시하던 유럽우주국(ESA) 소속 위성 ‘센티널1B’가 23일 정체불명의 공격을 받아 고장을 일으킨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은 이 공격이 러시아군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우크라이나 둘러싼 미-러의 강한 불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양측의 대립은 서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좀처럼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23일 “나토가 더 이상 동진을 하지 않겠다는 1990년대의 구두 약속을 어기고 다섯 차례나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서방이 오랫동안 러시아를 교묘하게 속여 왔다고 주장했다. 폴란드 헝가리 등 과거 옛 소련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던 동유럽 국가, 발트해 3국처럼 아예 소련에 속했던 나라들이 잇따라 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며 서방의 영향권에 편입된 만큼 우크라이나만큼은 절대 잃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푸틴 대통령의 나토 확장 운운은 핑계일 뿐 러시아의 진짜 목표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합병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할 때도 그곳에 거주하는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번에도 러시아계 주민이 많이 살고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탐내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수차례 “크림반도와 돈바스는 원래 러시아 땅”이라고 발언했다.

미국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남부 로스토프에 배치한 1만여 명의 병력을 25일 전격 철수시킨 것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는 2008년 친러 성향의 남오세티야를 무력으로 병합하려던 조지아를 전격 침공해 5일 만에 점령했다. 이를 감안할 때 1만 명 철수가 일종의 눈속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1만 명 철수에도 불구하고 아직 10만 명의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남아 있다며 침공 우려가 당분간 불식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측의 대립이 한반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북핵 등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어들고 미-러 간 신냉전으로 무역 및 경제도 둔화될 것이란 평가다. 김형태 주우크라이나 대사는 “현지에서는 교전이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위기지만 우크라이나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면 양국 경제 교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러시아#우크라이나#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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