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경찰청장 독도 방문’ 트집, 한미일 공동회견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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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외교차관 워싱턴서 회의… 日, 3국 공동회견 2시간전 “불참”
美가 中 견제 위해 공들여온 ‘한미일 협력’ 사실상 걷어차
靑 “독도는 명백한 우리영토” 일축… 서욱국방, 울릉도 해공군부대 방문

워싱턴서 만난 한미일 외교차관 1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에 참석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왼쪽부터)이 협의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외교부 제공
워싱턴서 만난 한미일 외교차관 1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에 참석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왼쪽부터)이 협의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외교부 제공
1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후 진행하려던 3국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됐다. 일본 측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에 반발해 기자회견 참석을 거부했다. 한일 갈등이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다자협력 논의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향후 한미일 3각 협력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3자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한미일 공동 기자회견은 예정 시간을 2시간가량 앞두고 셔먼 부장관 단독 회견으로 바뀌어 취재진에 공지됐다. 국무부 내 기자회견장에 혼자 나타난 셔먼 부장관은 “일본과 한국 사이에 일부 이견이 계속되고 있고, 오늘 회담과는 무관한 이런 차이 중 하나 때문에 회견 형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은 이후 개별적으로 진행한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 문제로 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한미일 3각 협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북한의 위협 대응,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 등 차원에서 복원 및 강화에 공을 들여온 분야다. 3국은 2017년 1월 이후 5년 가까이 열리지 않던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올해 7월 되살렸고 정례화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일본의 억지 주장으로 한일 양국은 미국 워싱턴 한복판에서 갈등을 노출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양국이 격하게 충돌해 온 현안에 독도 문제까지 다시 불거진 형국이다. 이 여파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던 3자 고위급 협의 채널은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일본 측 참석자들은 김 청장의 16일 독도 방문으로 자국 내 분위기가 악화하면서 미국행 비행기를 못 탈 뻔했다고 한다. 이들은 “그래도 한미일 회의는 중요하다고 상부를 설득해 워싱턴에 왔다”고 미국 측에 말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18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한미일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된 배경에 대해 “이번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를 둘러싼 사안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한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일본이 김 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 삼아 3국 공동 기자회견을 무산시킨 것을 두고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 영토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라며 “(일본이) 그런 이유로 불참한 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3자 회담 및 이후의 한일 양자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번 회담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취임 후 한일 양국 간 첫 고위급 대면 협의였다.

3국 공동 기자회견이 무산되면서 셔먼 부장관이 혼자 진행한 기자회견 내용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고 북한의 관여를 촉구하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셔먼 부장관은 어그러진 기자회견 상황을 수습하려는 듯 “매우 건설적인 3자 회담을 가졌다”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한 질문에는 “매우 만족한다”며 “미국은 한국, 일본, 다른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최고의 방법을 찾기 위한 협의에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그러나 종전선언과 관련한 한미 간 이견이 해소됐는지, 조만간 발표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는 “한일 양국과 계속 협의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8일 울릉도 일대 해·공군 부대와 동해상에서 임무 수행 중인 합동순항훈련전단을 찾아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국방부 측은 서 장관의 이날 방문에 대해 “오래전부터 계획돼 있던 일정”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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