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마지막 미군기 떠나자 축포… 경제 붕괴 ‘발등의 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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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독립 얻어” 불꽃놀이 자축… 최고 지도자 아훈드자다 등장 예고
“새 내각 구성 1~2주 안에 끝날 것”, 정부 예산 80% 차지 美지원 등 끊겨
점령 이후 화폐가치 폭락-물가 급등… 대변인 “중국에 건설적 역할 기대”
탈레반 문맹 많아… 인적자원도 문제

美, 아프간 완전 철군… 은행 몰린 시민들-깃발 사는 탈레반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은행 앞에 현금을 찾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윗쪽 사진).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후 현금 인출 수요가 폭증하자 탈레반은 시민들의 인출 금액을 한 주에 200달러로 제한했다. 같은 날 카불 도심에서 차에 탄
 탈레반 대원들이 노점상으로부터 흰색 탈레반 깃발을 사고 있다. 탈레반 치하에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탈레반기를 찾는 수요는
 늘고 있다. 카불=AP 뉴시스
美, 아프간 완전 철군… 은행 몰린 시민들-깃발 사는 탈레반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은행 앞에 현금을 찾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윗쪽 사진).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후 현금 인출 수요가 폭증하자 탈레반은 시민들의 인출 금액을 한 주에 200달러로 제한했다. 같은 날 카불 도심에서 차에 탄 탈레반 대원들이 노점상으로부터 흰색 탈레반 깃발을 사고 있다. 탈레반 치하에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탈레반기를 찾는 수요는 늘고 있다. 카불=AP 뉴시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만에 물러가자 아프간 점령 세력 탈레반은 승리를 만끽하며 새 정부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20년간 전쟁만 해온 무장단체 탈레반이 경제 붕괴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아프간을 안정적으로 통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31일 “미군이 (수도) 카불 공항을 떠났고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선언했다. 탈레반 연계 조직인 무장단체 하카니 네트워크 지도자인 시라주딘 하카니(48)의 동생 아나스 하카니(28)는 트위터에 “20년에 걸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아프간 점령이 끝났다”면서 “우리는 다시 역사를 만들었다”고 썼다. 탈레반 대원들은 마지막 미군기가 어둠 속에 쫓기듯 공항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승리를 자축했고, 불꽃놀이까지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탈레반은 미군 철수가 막바지에 이른 지난달 30일 저녁 반(反)탈레반 저항세력의 거점인 카불 북부 판지시르 계곡을 공격했다고 아프간 현지매체 톨로뉴스가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미군 철수 종료에 맞춰 공격을 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저항군 측은 탈레반을 격퇴했다고 주장하면서 탈레반 7, 8명이 죽고 저항군 2명이 다쳤다고 했다.

은둔해 있던 탈레반 최고 지도자 히바툴라 아훈드자다(60)가 조만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새 정부 출범을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훈드자다가 남부 칸다하르에서 시라주딘 하카니, 탈레반 군사위원장인 무하마드 야쿱(31)에게 내각 명단을 만들도록 지시했으며 조만간 인선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소리(VOA)가 탈레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최근 “새 내각 구성이 1, 2주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고, 부대변인 빌랄 카리미는 “아훈드자다가 곧 대중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이 조직의 주축인 파슈툰족뿐 아니라 타지크족 우즈베크족 등 소수민족과 과거 군벌 세력까지 참여하는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년 만에 다시 권력을 쥐게 된 탈레반이 해결할 우선 과제는 경제다. 그동안 아프간은 정부 예산 중 미국 등의 지원이 80%를 차지했는데 모두 끊겼다. 대부분 미국에 있는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화 자산도 동결됐다. 해외 원조도 대부분 중단됐다. 탈레반의 카불 점령과 동시에 화폐 가치가 폭락하고 식료품 등 물가는 급등한 상황이다. 당장 9월부터는 식량 부족이 예상된다. 탈레반은 경제 건설을 위해 중국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31일 “위대한 이웃인 중국이 아프간 재건에 건설적이고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통치에 필요한 인적 자원도 부족하다. 과거 정부기관에서 일했던 이들 중 상당수가 탈레반의 보복을 겁내 출근하지 않고 숨어 지내고 있다. 탈레반 대원은 약 1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총을 쏠 줄은 알지만 대부분 문맹이다. 당장 미군이 떠난 카불 공항을 운영할 기술 인력도 없다. 탈레반 측은 31일 “카불 공항 운영에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래도 낙후했던 의료 시스템은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떠나 붕괴 직전인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 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도 예상된다. 탈레반은 수많은 파벌이 있고 2015년에도 전 최고 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죽음을 지도부가 숨겨 왔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파벌 간 내분을 겪었다. 지난달 26일 카불 공항 앞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해 최소 170명의 사망자를 낸 반(反)탈레반 세력 이슬람국가(IS)를 억눌러야 하는 것도 탈레반으로서는 골칫거리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마지막 미군기#축포#경제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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