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31일까지 떠나라”…美 철수 시한 연장론에 경고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24일 0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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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23일까지 24시간동안 카불공항에서 28대의 항공기로 1만400여명을 철수시키는 최다 기록을 세웠지만 카불 공항을 향해 필사적으로 몰려드는 피난민들에 대한 탈레반군의 저지선은 완강한 상태이다. 게다가 탈레반은 곧 철수 자체를 봉쇄할 방법을 내놓을지 모른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8월31일의 기한 연장은 안된다는 것이다.

존 커비 국방부 수석 대변인은 전날 부터 23일 오전까지 1만400명을 철수시켰다는 백악관 발표에 이어서 앞으로도 탈레반 지도자들과 협의해서 철수를 하려는 사람들이 카불공항에 도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얻어내겠다고 말했다.

커비대변인은 “지금까지 처럼 앞으로도 탈레반과 꾸준하게 갈등을 풀어가며 협조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탈출자들의 흐름을 돕는 그들의 협조 덕분에 공항 밖의 엄청난 대기군중에도 불구하고 원활하게 철수 작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불 공항 접근은 여전히 어려워서 미군은 공항 외에 다른 루트로 미국인들을 헬리콥터에 태워 철수시키는 방안을 찾고 있다. 23일에도 군용헬기 한 대가 16명의 미국인을 철수용 비행기가 있는 비행장으로 데려왔다. 공항 밖에서의 구조작전으로는 두 번째였다.

지난 19일에도 미 육군 헬기 3대가 공항 밖의 한 호텔에서 169명의 미국민을 태우고 비행장으로 데려다 준 적이 있다고 커비 대변인은 말했다.

제이브 설리반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백악관과 탈레반의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거의 매일 정치 및 안보채널을 통해 양측이 협의하고 있다며 8월 31일 이후로도 미군의 철수 작전을 계속한다는 것은 아직은 바이든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철수가 시작된지 1주일이 됐지만 카불공항의 철수는 탈레반군과 밀려드는 피난민의 인파 등 공항접근의 어려움으로 지연을 겪었다. 하지만 미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2배나 많은 인원이 23일 까지 하루 동안 미군기로 철수할 수 있었다.

펜타곤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총 200여대의 항공기가 투입되었고 모든 항공승무원들과 공중급유기까지 총 가동해서 철수작전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는 극도로 피곤하고 지쳐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행크 윌리엄스 합참부의장은 아프간에서 도착하는 철수자들을 위한 임시 거처로 버지니아, 텍사스, 위스콘신에 이어 네 번째로 뉴저지주의 미군부대를 추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200명의 아프간인들을 포함해 총 2만5000명이나 된다.

워싱턴의 둘스공항에 도착한 미국인들은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지친 표정이었지만 며칠 동안의 아프간 탈출이 성공한 데 대한 안도감을 보였다. 노트북이나 핸드백 하나, 소지품이 든 비닐 쇼핑백 하나 만 들고 돌아온 사람들도 많았고 아예 빈손으로 몸만 빠져 나온 사람들도 많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31일 이후에도 모든 미군과 미국민이 철수할 때까지 기한을 연장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도 모든 외국인과 아프간 협조자들을 최대한 철수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 연장하라는 압력을 바이든에게 넣고 있다.

이를 위해 바이든은 아프간문제를 의제로 24일 G7 화상 정상회담을 갖는다.

하지만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23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8월 31일이 레드 라인”이라고 다시 못박으며 미국이 이를 어기고 미국민을 그 이후까지 남아있게 하는 것은 “그에 대한 반격을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같은 경고는 탈레반 정권이 카불공항의 철수 작전을 일주일 이내에 봉쇄하겠다고 주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난민단체, 법률가, 재향군인 단체들은 그 때를 시점으로 철수작전이 중단된다면 수없이 많은 외국인들과 아프간인 협조자들이 낙오되어 아프간에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8월14일 탈레반의 카불점령 이후 미군이 철수시키거나 철수를 지원한 인력은 지금까지 총 3만7000명이다.

[워싱턴=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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