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 막힌 카불공항, IS 테러위협까지… 바이든 “탈출 장담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미국인-지원 인력 발묶일 위기

탈레반의 손에 넘어간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 극심한 혼돈으로 치달으면서 남아 있는 미국인과 미군 지원 인력들이 아프간을 제때 빠져나오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유일한 탈출 통로인 카불 공항으로 수만 명이 몰리면서 진입이 어려워진 데다 극단주의 무장세력들의 테러 위협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공항으로의 이동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인명 피해 없이 (대피 작전을) 진행할 수 있을지 약속할 수 없다”고 했다.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관은 21일 성명을 내고 “카불 공항 입구 바깥에 잠재적인 안전 위협이 있다”며 “미국인은 당국으로부터 별도의 지침을 받은 게 아니라면 공항으로 오지 말고 공항 출입구를 피하라”고 경고했다. 대사관은 “항공편과 관련된 내용을 문의하기 위해 대사관으로 전화하지 말라”며 “상황이 바뀌면 다시 알리겠다”고 했다.

AP통신은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간 내 미국인을 위협할 가능성 때문에 이런 경고가 발령됐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위협 수준을 ‘중대하다(significant)’고 표현했다. 정보당국이 테러와 관련된 심각한 내용의 첩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카불 점령에 앞서 인근의 바그람 미군 기지를 장악한 탈레반은 기지 안에 수감돼 있던 7000명가량의 재소자들을 석방했는데 이 중엔 IS와 알카에다 조직원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인근은 통제 불능의 아수라장으로 변한 상태다. 공항 진입을 시도하던 일부 미국인들은 탈레반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미국은 공항에서 불과 200m 떨어진 호텔에 있던 미국인 169명을 공항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군용 헬기 3대를 동원했다. 미국은 14일 이후 현재까지 미국인 2500명을 포함해 1만7000여 명을 아프간 밖으로 탈출시켰다. 당초 미국이 목표로 했던 하루 5000∼9000명에는 못 미치고 있다. 8월 31일까지 모든 미국인과 이들을 지원했던 아프간인을 빼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AP통신은 “미국은 다른 탈출 수단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분명히 말한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기를 원하는 어떤 미국인이라도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번 대피 작전은 미군에 위험을 수반하는, 역사상 가장 어렵고 규모가 큰 공수작전 중 하나”라며 “최종 결과가 어떨지, 인명 피해 없이 진행할 수 있을지 약속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철군 계획 발표 당시 약속보다는 후퇴한 발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민간예비항공운항(CRAF)을 적용해 6개 항공사에 18대의 항공기를 아프간 내 미국인 등 탈출 작전에 지원하도록 요청했다. 이들 민간 항공기는 아프간에서 군 수송기를 타고 빠져나와 인근 국가의 미군기지에 도착한 사람들을 더 먼 거리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CRAF는 민간 항공사들이 전시 등 상황에 병력과 물자 동원에 참여하기로 국방부와 합의한 프로그램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2년에 창설됐고, 1990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 당시에도 적용된 적이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카불공항#테러위협#미군 지원인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