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탈레반 무장세력, 북부 3개 지역서 탈레반 몰아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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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매체 “탈레반의 카불 점령후 처음… 성난 주민들, 장갑차에 돌로 맞서”
20년전 탈레반 축출 ‘북부동맹’ 중심… 항전세력, 판지시르 계곡 속속 집결
탈레반, 정면대결 피하며 숨고르기

아프가니스탄 전 정부를 지지하는 무장 세력이 탈레반이 점령한 일부 지역을 처음으로 재탈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반(反)탈레반 무장 세력이 20일 북부 3개 지역에서 탈레반을 공격해 몰아냈다”고 전했다. 반탈레반 측은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160여 km 떨어진 바글란주의 안다랍 지역 등을 탈환했고, 탈레반 조직원 30명을 사살하고 20명을 사로잡았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방송 역시 “탈레반 계열 소셜미디어 계정이 바글란주에서 군사적 역전을 확인했다”고 21일 전했다. WP는 “이번 재탈환은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병사와 주민들이 탈레반 기(旗)를 찢고, 아프간 국기를 게양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탈레반은 병력을 보내 반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탈환은 민중봉기 성격이 짙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전투는 탈레반의 가택 수색 과정에서 (격분한 지역 주민들에 의해) 시작됐다”고 전했다. 전투에 참가한 한 전 아프간 정부군 병사는 “탈레반은 장갑차를 갖고 있었지만 주민들이 돌을 던져 쫓아냈다”고 했다.

민병대 ‘북부동맹’을 중심으로 한 항전 세력도 거점인 카불 북부 판지시르주 계곡에 집결해 전의를 다지고 있다. 북부동맹은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 당시 미국과 함께 탈레반을 몰아냈다. 북부동맹을 이끌었던 ‘판지시르의 사자’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인 아흐마드 마수드가 판지시르에서 “끝까지 싸우겠다”며 최근 항전 의지를 공표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스스로 선언한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도 17일 북부동맹에 합류했다.

탈레반은 정면 대결을 피하는 모양새다. 최근 단숨에 아프간을 장악한 만큼 숨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이 항전 세력과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 드미트리 쥐르노프는 21일 “탈레반 고위급 관계자가 판지시르에 있는 이들에게 정치적 신호를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탈레반이 평화적 해결을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아프간에서 탈레반과 반탈레반 세력 간 내전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저항이 얼마 못 가 진압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탈레반은 미군이 지원한 아프간 정부군 무기를 고스란히 입수했다. 이에 비해 반탈레반 세력은 장비와 병력 모두 열세다. NYT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카불에서 자국민을 빼내려고 탈레반의 협조를 구하는 상황이어서 반탈레반 측은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다”고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반탈레반#무장세력#성난 주민들#아프가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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