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네타냐후 진영 연정 극적 타결…네타냐후 12년 집권 종지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3일 0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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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부터 12년 3개월간 이어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72) 장기 통치 종식이 임박했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서 네타냐후 총리에 반대하는 야권 진영이 대연정 구성 협상을 마무리하고 정당간 최종 합의까지 성사시켰다. 이는 연정과 관련해 막판 변수였던 정당별 지분 배분까지도 완료됐다는 의미로, 반(反)네탸나후 진영 집권까지 이젠 의회 표결만 남았다.

타임즈오브이스라엘,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도 성향 정당인 ‘예시 아티드’를 이끄는 TV 앵커 출신인 야이르 라피드 대표(58)는 “연정 구성을 위한 야권 정당간 합의가 이뤄져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에게 연정 구성안을 제출했다”고 2일 밝혔다. 리블린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정부 구성에 성공한 라피드 대표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고 답했다.

2일은 라피드가 리블린 대통령으로부터 부여받은 4주간의 정부 구성 마감시한 마지막날이었다. 반네타냐후 진영은 정당간 지분 협상으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다가 마감시한까지 약 1시간을 앞두고 극적으로 야권 합의에 성공했다. 앞서 이스라엘 3월 총선서 의회 1당이 된 리쿠드당(30석)과 이를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가 리블린 대통령에게서 연정 구성 권한을 먼저 부여받았으나, 집권에 필요한 의회 전체 120석 중 과반(61석) 확보에 실패했다. 지난달 초 의회 제2당인 예시 아티드(17석) 라피드 대표로 4주간 연정 구성 권한이 넘어갔다.

이날 예시 아티드를 비롯한 총 8개 정당이 연합 구성에 합의해 전체 120석 중 과반 기준인 61명 의원수를 가까스로 맞췄다. 연합에 참여키로 한 정당은 청백당(8석·중도) 야미나(7석·극우) 노동당(7석·좌파)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중도 우파) 뉴호프(6석·우파) 메레츠(6석·좌파) 라암(통합아랍리스트·4석·아랍계)으로 의석수만 따지면 총 62석이다. 이중 야미나에서 이탈표가 1표 나올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가까스로 과반을 맞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협상에서 합류할 것으로 거론되던 아랍계 정당 연합 조인트 리스트(6석)는 개별 투표 방침으로 공식 합류하진 않았다. 조인트 리스트 6석 중 최소 4석은 반네타냐후 진영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 교체 마지막 절차인 연정 투표는 최대 12일 안에 이뤄지게 된다.

이스라엘 통치 실권을 쥔 4년 임기 총리직은 전후반기로 나눠 전반기는 극우 정당 ‘야미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49)가 맡고 나머지 기간은 예시 아티드 라피드 대표가 맡게 된다. 야미나는 전체 의회 120석 중 7석만 갖고 있지만 협상을 통해 총리까지 배출하게 됐다. 베네트 대표는 네타냐후 야권 지도자 시절 수석 보좌관 출신으로 그와 정치적 동맹으로까지 불렸지만 이번 총선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30일 반네타냐후 진영 합류를 선언하면서 네타냐후를 총리직에서 끌어내리게 됐다.

유력한 야권 정치인으로 지난 정권에서는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해 국방장관직을 맡았던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62)는 이번 연정에서 그대로 국방장관직을 이어간다. 외교장관직은 순번제 총리에서 후반기 총리인 라피드가 2023년까지 맡았다가 전반기 총리인 베네트가 이어받는다. 그 외 장관직은 연정에 참여한 정당들이 나눠 맡는다. 아랍계 정당 라암 측은 이번 연정서 장관을 배출하진 않았으나 아랍계 주민 지원을 위한 정부 예산 약 163억 달러(18조1000억 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서 연정 세력에 아랍계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리 재임기간만 15년 이상인 네타냐후 총리는 야권 정치인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와 우파 리쿠드당은 반네타냐후 진영이 가까스로 61석 과반을 맞췄다는 점을 노려 우파 의원들의 이탈을 촉구하는 한편, 야권으로 물러나서도 이념 공격 등을 통해 연정을 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반네타냐후 연정이 성사되었지만 연정 내에서 많은 당이 좌우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언제든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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