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미국식 혁명, 최저 법인세로 다국적 기업 정조준”

  • 뉴스1
  • 입력 2021년 4월 9일 1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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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조세의 틀을 마련하는 데에 미국식 혁명(American revolution)이 초대형 다국적 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평가했다. FT는 8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미국이 국제 조세체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새로운 행정부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법인세 인하에 제동을 걸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FT에 따르면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논의중인 국제조세의 틀을 마련하는 협상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대형 다국적 기업들이 현지 매출에 기반해 당국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이다.

미국의 제안은 지난 몇 년 동안 OECD차원에서 논의된 것과 비슷하지만, 세수(tax revenues) 일부의 재분배를 업종에 무관하게 전체 기업에 적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FT는 지적했다.

이는 미국의 대형 기술업체들만 차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 의회를 설득하기 더 좋다. 게다가 영국, 프랑스 등 각국이 내놓은 디지털 세금을 둘러싼 국제적 논란도 진정될 수 있다.

미국의 이번 제안은 각국의 경쟁적 법인세 인하에 제동을 걸었을 뿐 아니라 상당히 높은 최저세율의 도입을 촉구했다는 점에서도 ‘급진적’(radical)이라고 FT는 평가했다.

FT가 표현한 ‘미국식 혁명’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최저 법인세율의 아일랜드는 물론 미국 의회도 걸림돌이다. 국제적으로 대기업들의 조세회피를 막아야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구체적 세율을 조율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미국이 제안한 최저 법인세율은 21%이지만, 지금까지 OECD 차원에서 논의된 세율은 12%수준으로 격차가 크다. FT는 최저 법인세가 17% 수준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도 미국이 국제조세체제를 마련하는 합의를 설계하기에 충분한 영향력이 있다고 FT는 강조했다. FT에 따르면 합의가 이뤄지면 전세계에서 최대 200개 대기업들로부터 1000억달러의 세수를 걷어 들일 수 있다.

특히 알파벳(구글 모기업)과 같은 기업들에 지난 3년 동안 매겨진 실효세율은 14%에 불과했다고 FT는 전했다. 소수의 초대형 글로벌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불어날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결정은 세계 경제가 얼마나 승자독식형인지를 보여주는 실례라고 FT는 지적했다.

각국 정부들은 그동안 다국적 기업들의 권력에 대항하지 못했지만, 국제조세체계가 마련되면 힘의 균형이 바뀔 수 있다는 신호가 켜질 것이라고 FT는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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