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인사 출마 안돼’…中, 홍콩 선거제 개편안 ‘반대 0표’로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1일 2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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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3기 4차 전체회의 폐막식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3기 4차 전체회의 폐막식
중국이 미국과 영국 등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反)중국 인사의 출마를 막는 홍콩 선거제 개편안을 1표의 반대도 없이 통과시켰다.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통해 민주 인사들을 제재할 수단을 만든 데 이어 이번엔 아예 선거 출마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까지 만든 것이다. 앞으로 중국의 홍콩 통제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는 폐막에 앞서 제13기 4차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 선거 제도 완비에 관한 결의안’ 초안을 표결했다. 대표단 2896명이 참여해 289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없었고 기권은 1표였다.

이번 홍콩 선거 제도 개편안은 선거 입후보자 자격을 심사하는 위원회 설치, 홍콩 행정장관 선출 선거인단 확대 및 범민주 진영이 확보한 구의원 몫(117석) 배제, 홍콩의 국회 역할을 하는 입법회에서 간접 선출되는 직능대표 범위 확대 등이 핵심이다. 모두 친중 세력에 유리한 내용이어서 향후 범민주 세력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벌써 홍콩 민주 진영에서는 선거 후보자의 자격을 사전에 심사하면 선거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날 초안이 통과되면서 홍콩 선거 제도 개편안은 권한을 위임받은 전국인대 상무위원회가 법안을 최종 확정하는 단계만 남았다. 선거인단을 얼마나 늘릴지, 의석수는 어떻게 조정할지 등 세부 내용을 정하게 된다. 중국이 법안을 완성하면 홍콩 정부가 넘겨받아 ‘홍콩 기본법’ 가운데 선거 규칙을 담은 부속문서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새 규정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선거제 개편안 통과로 미국 영국 등 서방과 중국의 갈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미 국무부는 홍콩 선거제 개편 추진에 대해 “홍콩 자치권과 자유, 민주적 절차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고, 영국 정부도 “홍콩 반환 시 약속했던 고도의 자치권 보장 약속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전국인대 폐막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홍콩 선거제 개편에 대해 “일국양제를 확고히 하고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대한 화해의 손길도 적극 내밀었다. 리 총리는 “양국은 충돌하지 않고 대항하지 않으며 상호 존중 및 협력 공영의 원칙을 갖고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면서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다층적인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중국 외교 실무 사령탑인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화상회의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에서 대결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은 18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양 위원 등이 참석하는 고위급 대면 회담을 연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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