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려도 의사 못쉬어” 벨기에 ‘의료 붕괴’ 현실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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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1차 확산시기보다 입원자 많아… 의료전문가 “코로나 통제권 상실”

벨기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의사들마저 병원 진료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유럽의 심각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들이 진료를 계속해야 더 큰 의료 붕괴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반영됐다.

BBC 등에 따르면 벨기에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한 동부 리에주 내 병원 10곳의 의료진이 최근 집단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체 의료진의 4분의 1이 감염됐다. 하지만 병원 측은 감염자들에게 “의료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무증상자는 근무를 계속해 달라”고 요구했다.

인구 1100만 명의 벨기에는 27일 기준 누적 확진자가 33만 명을 돌파했다. 25일 하루에만 1만7709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최고치를 경신했고, 최근 일주일 사이에 입원 환자가 87% 증가하는 등 의료 붕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향후 15일 안에 전국 병원의 중환자실 수용 능력이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방부는 주요 병원, 양로원 등에 군병력 1500명을 파견하기로 했고 정부는 26일부터 통금시간을 기존 0시∼오전 5시에서 전일 오후 10시∼오전 6시로 확대했다.

벨기에의 피해가 심각한 원인으로 의료진 부족 및 당국의 안이한 판단이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벨기에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1명으로 오스트리아(5.2명), 스위스·독일(4.3명), 체코·스페인·이탈리아(4.0명) 등보다 훨씬 적다.

정부 또한 지난달 재확산 조짐이 뚜렷했음에도 경제 악영향을 우려해 의무격리 기간 단축, 야외 마스크 미착용 허용 등 오히려 방역 수칙을 완화했다. 현재 유럽에서 피해가 가장 극심한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데다 교통 요지여서 바이러스가 유입되기 쉬운 환경이다.

프랑스 상황도 심각하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26일 중환자실 위급 환자 357명을 포함해 1307명이 입원해 1차 확산 때였던 올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7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주말 이동 제한, 전국 재택근무 의무화 등 봉쇄령 강화 조치를 논의했다. 의료전문가 장프랑수아 델프레시 박사는 “무증상 감염자를 고려하면 매일 10만 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통제권을 잃었다”고 경고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코로나19#의사#벨기에#의료 붕괴#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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