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사일 전문가 “北 신형 ICBM, 다탄두 능력이 관건”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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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사일 전문가 사이에서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13일 보도했다.

더욱 강력해진 엔진을 장착하고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다탄두 미사일일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기존 화성-15형 미사일의 단점을 보완한 수준으로 다탄두 기술 확보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신중한 분석도 나온다는 설명이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북한의 새 ICBM을 ‘매우 큰 미사일’로 평가하면서 “화성-15형 엔진 몇 개를 묶은 클러스터 방식 엔진을 장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이스 소장은 “화성-15형 미사일에 장착된 1개의 연료 공급 펌프와 2개의 연소실을 1개의 엔진으로 간주하면 화성-12형과 화성-14형은 ‘반 개’의 엔진을 장착한 셈인데, 이번에 선 보인 ICBM은 화성-15형 엔진 2~3개를 결합한 엔진을 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어 “1단 로켓이 화성-15형과 비교해 2~3배 더 강력해졌다는 뜻”이라며 “미사일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더 큰 엔진을 개발하든지 아니면 클러스터 방식으로 엔진을 여러 개 묶어야 하는데, 옛 소련제 엔진을 모방한 북한으로서는 엔진 크기를 계속 키우는 것보다 클러스터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는 “크기가 실제로 어느 정도 되는지에 달렸지만 이런 종류의 미사일은 다탄두 탑재 역량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며 “북한이 공개한 4기의 ICBM에 각각 3개의 탄두가 탑재되면 모두 12개의 탄두로 공격을 하게 된다. 알래스카에 배치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제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해당 미사일 직경이 2.5m라면 화성-15형 미사일 재진입체를 3개 탑재할 수 있고, 직경을 최대 3m로 잡는다면 재진입체를 5개까지 실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특히 “이런 방식으로 탄두 수를 늘리는 것은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계를 확충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며 신형 ICBM이 향후 미국 미사일 방어망을 심각하게 위협할 가능성을 거듭 제기했다.

아울러 “위기 발생 시 미국은 요격하기 어려운 해당 미사일을 미사일 방어체계로 막아내는 것보다 발사 전에 파괴하는 것이 유리한 만큼, 김정은으로서는 모든 탄두를 한꺼번에 실은 소수의 ICBM 발사를 늦출수록 위험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따라서 위기 상황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의 ICBM이 다탄두 탑재형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면서 “그럴 경우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를 효과적으로 압도하는 수단이 될 것이고 미국에 실질적 문제를 안길 것”이라며 “김정은이 올해 초 예고한 새로운 전략무기 개념에 들어맞는다”고 평가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도 신형 ICBM의 크기에 주목하면서 ‘세계 최대의 이동식 액체연료 미사일’로 평가했다. 다만 “북한이 고체연료 ICBM을 선보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고 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신형 ICBM은 화성-12, 14, 15형 미사일을 확장한 모델로 더욱 크고 무거운 탄두를 탑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크고 무거운 북한 핵무기를 운반할 로켓을 확보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의 다탄두 탑재 기술에 대해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분리형 독립목표 재돌입 핵탄두(MIRV)’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북한이 이미 확보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고급 기술”이라고 했다.

그는 “다탄두 기술에는 발사된 복수의 핵탄두가 모두 같은 궤도를 그리며 날다가 동일 목표물에 떨어지는 다소 조악한 형태와, 후추진체로 불리는 PBV에 의해 동시에 다른 목표물을 타격하는 진전된 형태가 있다”며 “전자는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 후자는 미국이나 러시아 등이 보유한 기술로 북한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분석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신형 ICBM이 새 전략무기인 것은 확실하지만, 많은 미사일 전문가들은 화성-15형에 비해 크기가 커진 것 외에 뭔가 다른 종류의 미사일을 예상했다”며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화성-15형은 작동이 되는 ICBM으로 보였고 이미 미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데, 또 다른 액체연료 미사일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며 “화성-15형의 동력이 부족해 실험 당시 가벼운 탄두를 탑재했던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는데, 신형 ICBM이 그런 한계를 극복한 수준의 미사일이라면 ‘실제로 운용할 수 있고 가동되는 화성-15형’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그럼에도 북한의 ICBM 기술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을 점점 위험하게 만든다“며 ”추가 역량 개발에 시간을 끌며 지상발사 요격체 44기를 유지하는 선에 머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주의를 촉구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윌리엄스 부국장은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된 KN-25, 즉 600mm급 초대형 방사포에 좀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륜형과 무한궤도 차량 등 다른 발사 장치를 활용해 다양한 도로 환경에 적응하며 침입에 더욱 용이하도록 진화하고 있다“며 ”이런 역량은 한국 내 깊숙한 목표물까지 정확히 타격할 수 있게 한다며, 군 기지들을 공격할 때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북한의 매우 뒤떨어진 레이더 역량을 고려할 때 북한이 새 레이더 시스템과 러시아제 미사일(TOR)을 탑재한 지대공미사일을 선보인 것도 이번 열병식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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