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여권까지 발견…계속되는 한트케 ‘노벨상 수상 논란’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26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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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출신 작가인 페터 한트케가 지난 10월10일(현지시간)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수상자로 발표된 후 일었던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트케는 한림원이 자신에게 노벨 문학상을 주기로 한 것은 ‘매우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트케의 수상이 왜 전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그의 정치적 견해 때문이다.

한트케는 1942년 오스트리아 케른텐 주 그리펜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젊은 시절 그라츠대학에서 법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등단을 하며 작품 활동에 주력했다. 1990년대 유고 연방이 해체되면서 알바니아계 인구가 대부분이었던 코소보는 세르비아로부터의 독립을 원했고, 이 과정에서 전쟁이 발생했다.

당시 전 유고 연방 대통령이었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알바니아 민족의 집단 학살인 ‘인종 청소’를 주도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한트케는 이런 밀로셰비치를 옹호하였고, 2006년 밀로셰비치의 장례식에서는 조사를 읽기도 했다. 이런 한트케의 정치적 행보 탓에 유럽 전역에서의 한트케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한트케의 노벨상 수상은 오스트리아 언론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언론을 통해서도 거센 논란과 우려의 목소리를 일으켰다. 작품의 우수성과 관계없이 폭력을 옹호하고 인종 차별의 견해를 확실히 내보인 그의 정치관을 문제삼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매체에서는 한트케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논설과 그에 반하는 논설이 여전히 뜨겁게 맞서고 있다. 일부는 그의 노벨 문학상 선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림원은 ‘한트케 작품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보고 내린 결정’이라며 “작가 개인의 정치적 견해로 작품 세계가 평가되지는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림원의 입장 발표 후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게다가 그간 숨겨왔던 한트케의 유고슬라비아 여권까지 최근에 발견되면서 ‘국적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한트케는 유고슬라비아 여권은 단순 여행 목적을 위한 것이었을 뿐 본인은 오스트리아 국적자라고 주장했다.

알바니아계 인종 청소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유가족들은 다음 달 10일 스톡홀롬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열기로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한트케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왜 자신의 수상을 반대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해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 예술가의 정치적 견해와 소신은 그의 예술적 능력과 분리되어야 하는 것일까.

(빈=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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