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헤리티지재단 “北, 美에 명백한 위협…韓 전략자산 전개 비용도 지불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1일 1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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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캡쳐
노동신문 캡쳐
북한이 중국, 러시아 다음으로 동아시아 역내 안보 및 미국을 위협하는 세력이라는 워싱턴 싱크탱크의 보고서가 나왔다. 보수파 싱크탱크 전문가들 일부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에서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은 30일(현지 시간) “북한은 아시아 역내의 전쟁 위협과 한국, 일본, 괌에 대한 위협은 물론 증강하는 탄도 미사일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본토에까지 명백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재단은 이날 공개한 ‘2020년 미 군사력 지표’(2020 Index of U.S. Military) 보고서에서 북한을 비롯한 러시아, 중국, 이란, 중동, 아프간-파키스탄 테러 등 6개 국가 혹은 위협을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렇게 지적했다.

헤리티지재단이 이날 진행한 보고서 발표 세미나에서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다코타 우드 선임연구원 등은 “부상하는 역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동맹들의 공정한 분담이 필수적”이라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또 다른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존 베네블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다른 파트너 국가들이 미국을 이용하도록 해왔다”고 비판한 뒤 “한국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도 부담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에서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는 미국 보수 싱크탱크 전문가들의 주장은 기존의 5배까지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 훈련이나 무력시위 등의 목적으로 한반도에 날아오는 B-1B나 B-52 같은 전략폭격기의 전개 비용을 추가하지 않으면 군수지원비와 군사건설비, 인건비 등으로 항목이 국한돼 있는 현재의 협정 구조에서 금액을 대폭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

30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존 베네블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020년 미 군사력 지표’(2020 Index of U.S. Military) 보고서를 발표하는 헤리티지재단 주최 세미나에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도 한국이 부담하는 것이 공정하다”며 “미국이 방위공약의 가치를 동맹국 국민들에게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재단의 다코타 우드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냉전 시절처럼 더 이상 2개 이상의 전선에 개입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부상하는 역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동맹들의 공정한 분담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토머스 스포어 예비역 육군 중장은 VOA에 “한국이 북한에만 국한하지 않고 중국 같은 역내 위협에 대해서도 더 넓게 인식을 공유하기를 바란다”며 “한국도 당연히 역내 역할 분담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는 미국의 군사력 평가에 앞서 미군이 대응해야 할 위협을 분석하면서 북한을 중국, 러시아에 이은 주요 위협으로 진단했다. 북한은 보고서가 적용한 3가지 분석 기준(5단계)에서 ‘위협 행동’은 세 번째, ‘위협 역량’과 ‘미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위협’은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미 정보당국의 분석과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북한이 이미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고 중거리 미사일에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게 됐으며, 미사일을 미 본토까지 날릴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대량살상무기(WMD) 생산은 감소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핵 물질 생산은 되레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보다 ‘위협 역량’이 최고 등급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됐다. 결국 한국은 북한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지금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기여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논리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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