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운 회담 원치않아” 北, 실무협상 결렬 선언은 준비된 시나리오?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7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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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국과의 비핵화 관련 실무협상이 ‘결렬됐다’고 선언한 건 사전에 준비된 시나리오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미국 측으로부터 보다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이 같은 협상 방식을 택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북한은 미국의 정책이나 고위 관리들에 대한 반응으로 종종 관영매체를 통해 과장된 주장을 하고, 또 수일 뒤엔 그 입장을 번복하기도 한다”면서 이번 협상 결렬 선언 또한 “예측 가능했던 것”이라는 전직 미 정부 당국자 등의 견해를 소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북한 정세에 밝은 전문가를 인용, “이번 북미협상의 북한 측 대표로 나선 김명길(외무성 순회대사)은 오랜 기간 북핵 6자 회담 등 대미협상에 관여해 인물로서 ‘상대를 자극하는 협상’에 능하다”며 “북한 측이 ‘결렬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실무협상에 북한 측 대표로 나선 김명길 대사가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에도 “70년간에 걸친 한반도의 전쟁과 적대 유산을 단 1차례의 만남으론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대(對)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 조치를 취하기 전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면서도 미국 측에 올 연말까지 이른바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해줄 것을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대화 중단과 위기 조성을 통해 전략적 이득을 취하는 북한의 협상 전술은 10년 이상 계속돼왔다”면서 “미국이 ‘협상 타결’에 매달리는 동안 북한은 시간을 벌고 판돈을 불릴 것이다. 현재로선 북한이 (협상의) 우위에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자세를 견지해온 상황. 북한 측이 이 같은 사실을 미국의 ‘약점’으로 보고 더 많은 양보를 얻기 위해 이번 협상에서 강하게 나왔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 측은 이번 회담 결렬 선언 뒤 “조선반도(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김명길)고 주장, 이번 협상에서 “‘허들’을 더 높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닛케이는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를 하나씩 취하려 한다”면서 “반면 미국은 ‘전반적인 비핵화 때까진 제제 해제에 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대량살상무기(WMD) 정책조정관 출신의 게리 세이모어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북미 양측은 협상의 본질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를 갖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하는 걸 선호한다“며 이 같은 이유에서 북한 측이 이번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했을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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