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 용의” 하루 만에 北 발사체 발사…비핵화 진전 미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0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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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9월 하순에 열리면 하노이 회담 이후 7개월 만에 비핵화 시계가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 결렬의 원인이 됐던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데다 북한이 발사체의 시험발사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비핵화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 국무부는 9일(현지 시간) 북한이 9월 하순 협상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우리는 이 시점에 발표할 어떠한 만남도 갖고 있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북한의 발표를 환영한다’거나 ‘협상 준비가 돼 있다’는 식의 표현은 없었다. 국무부는 이날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관련된 상황을 일단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측이 응할 경우 곧바로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공언해온 만큼 앞으로 뉴욕 채널 등을 통해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등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양 측은 일단 상대방의 입장과 요구를 들어보고 의견을 교환하는 것에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 협상대표로 김명길 전 주베트남 북한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아직 비건 대표와 한 차례도 마주앉은 적이 없다.

미국은 북-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등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내용들의 이행을 중심으로 논의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내놓으려고 했던 영변 핵시설의 폐기에 ‘플러스 알파’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제재완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체제 안전보장을 앞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상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완전한 중단과 종전선언 요구를 앞세워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제재완화도 같이 논의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은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돈 낭비”라며 의미를 깎아내린 만큼 승산이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것.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워싱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비건 대표가 앞서 워싱턴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연설에서 대북 협상의 유연성을 언급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한다는 전제 하에 미국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이달 중순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조치를 촉구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는 등 의회의 공개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핵 협상을 한다고 하면서도 핵 프로그램을 계속 가동하고,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로 미사일 역량을 증강시키면서 아무것도 포기한 게 없다”며 “미국은 이번에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터프츠대 이성윤 교수는 “북한은 평화협정과 주한미군의 철수를 포함해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북한은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 측에 협상 파기 책임을 떠넘기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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