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다시 수위조절한 트럼프 “北 미사일 발사, 신뢰위반 아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2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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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두 번째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일반적인 것(standard stuff)”이라며 “신뢰 위반이 아니다”고 말했다. ‘단거리’라는 표현을 4차례나 반복해서 쓰며 북한이 아직 북-미 합의 위반이라는 선을 넘지 않았음을 강조, 비핵화의 협상 판을 깨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두 번째 발사에 화가 났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며 이렇게 답했다. 그는 “그것들은 단거리였고 매우 일반적인 것(군사훈련)”이라고 두 차례 거듭 강조했다. “그 중 일부는 심지어 미사일도 아니었다”는 말도 두 번이나 반복했다. ‘탄도 미사일’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그는 “어느 지점에 가서는 신뢰 위반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지점에서 (신뢰 위반이라고) 그렇게 여기게 되면 알려주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북한의 두 번째 미사일 발사 직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대응 수위를 높였을 때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앞서 3일 북한이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첫 번째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에도 이를 보고받은 직후 분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나 다음날 트윗에서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며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북한의 미사일이 ‘단거리’임을 특히 반복해서 언급한 것은 그동안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과시해온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모라토리엄)이 깨어지지 않았음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사당국이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추정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분석결과에 따라 자칫 외교의 실패를 자인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란, 중국, 베네수엘라 등 주요 외교현안들의 긴장 수위가 동시에 높아져 있는 시점에 이는 커다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위험을 줄이고 북한과의 협상 문을 열어놓기 위해 하루만에 다시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대미 불만 표현의 강도를 높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다시 대화하자’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

매사추세츠공대(MIT) 안보 전문가 짐 월시는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 약속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며 “이번 발사는 기술적인 의미로만 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지만 북-미 합의 위반은 아니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시점에 가서는 (북한의 도발을) ‘신뢰 위반’이라고 여길 수 있다”며 이를 마냥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는 북한의 두 번째 발사 직후 미 법무부가 제재 위반 혐의가 있는 북한의 대형 화물선박의 이례적 압류 조치에 나서고, 군사당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잇따라 발사하며 행동에 나선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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