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에 여러 번 속았다…물러서지 않을 것” 美의회 ‘對北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8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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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 스틸웰. 뉴시스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 스틸웰. 뉴시스
미 의회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당국자들을 상대로 북한 및 한반도와 관련된 비판적인 질의를 쏟아냈다. 상, 하원 양쪽에서 이들 이슈가 다뤄지는 청문회 4개가 동시에 진행된 것.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제재 철회 트위터로 불거진 대북정책의 혼선과 난맥상을 짚는 의원들의 송곳 질문에 일부 당국자들은 답변 과정에서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지명된 지 5개월 만에 이뤄진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대북제재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우리는 이미 북한에 여러 번 속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말만 듣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압박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까지 그 어떤 대북제재도 해제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의 질문에 “정확하다”고 확인했다.

비슷한 시각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아시아태평양비확산 소위가 주최한 대북제재 관련 청문회에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휴 그리피스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북한은 아주 스마트하게 제재를 피해가고 있다”며 “그들은 제재의 구멍을 알고 있고 법망을 성공적으로 피해왔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롤스로이스 팬텀 등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차로 반입된 것에 대해서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이 정도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필요한 작은 품목들도 밀반입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2020년 국무부 예산 관련 하원 외교위에 출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싱가포르 회담 후 북한의 핵역량이 감소했느냐”는 질문에 “하노이 회담에서 희망했던 큰 움직임(big move)를 아직 보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재무부의 추가 대북제재 철회 문제를 사전에 상의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국무부가 아닌) 재무부 제재였다”며 답변을 피해갔다.

그러나 그는 톰 맬리나우스키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좋아하는 게 어째서 제재 취소의 이유가 되느냐”는 등의 질문으로 그를 집중 추궁한 뒤, 북한에 억류돼 있단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을 놓고 북한 인권문제까지 집요하게 따져묻자 “이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삼지 말라. 부적절하다”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성택 처형 및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그는 그 나라의 리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전용하려는 예산 분야가 도마에 올랐다.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시 작전지휘소로 쓰이는 경기 성남의 ‘탱고 지휘소’와 군산 무인기 격납고가 국경장벽보다 더 중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 것. 이 질문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두 시설은 분명히 주한미군에 중요하다”며 “다만 국경장벽 건설비 전용 문제는 내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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