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제2본사는 신의 선물”…건립 예정 지역에 부동산 ’골드러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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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에 건설 중인 콘도미니엄 ‘갤러리’ 매매를 중개하고 있는 테레사 알리 씨는 지난 주말 밀려드는 고객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뺐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이 제2본사 후보지로 롱아일랜드시티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투자 문의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알리 씨는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1주일 내내 34명이 방문했는데 이번 주말에 100명의 고객을 만났고 60명이 연락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이날 제2본사 건립지로 롱아일랜드시티와 버지니아주 북부 알링턴 인근 내셔널 랜딩(National Landing)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년 2개월간 북미 238개 도시의 유치 신청을 받아 20개를 추린 뒤 최종 2곳을 발표한 것이다. WSJ는 “아마존이 100개 항목 이상의 자료를 검증했지만 모든 요건을 충족한 곳은 없었다”며 복수 선정 배경을 전했다.

● “아마존 본사는 신의 선물” 부동산 골드러시

아마존의 발표로 두 지역은 ‘아마존 골드러시’ 바람에 휩싸였다. 워싱턴DC의 포토맥 강 건너 편 알링턴의 크리스털시티, 미국 국방부가 있는 펜타곤시티, 알렉산드리아의 포토맥 야드를 포함하는 내셔널 랜딩 지역은 발표 전부터 투자 펀드가 조성됐다. 아마존의 발표와 동시에 부동산 매입 자금을 쏘겠다는 투자자들이 줄을 섰다. 뉴욕 주택시장의 침체로 매물이 쌓여가고 있던 롱아일랜드시티 부동산 중개인들은 입이 귀에 걸렸다. 밀려드는 매수인들에게 집을 보여주기 위해 기사 딸린 밴을 빌려 영어와 중국어로 단체 투어까지 하고 있다. 중개인들 사이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부동산 붐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뉴욕의 부동산 중개인 패트릭 스미스 스터블링 씨는 “아마존 제2본사 발표는 롱아일랜드 콘도 시장을 위한 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이 롱아일랜드시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엿새간 스트리트이지닷컴의 주택 검색은 이전 1주일에 비해 295% 급등했다. 부동산 마케팅회사 모던스페이스 에릭 베네임 회장은 “7, 8년간 연락이 없었던 고객들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며 “문자로만 집을 20채 팔았다”고 말했다. ‘동부의 실리콘밸리가 된다’는 기대감에 집을 보지도 않고 매수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선 것이다.

● “억대 연봉 5만 개 일자리 온다” 기대감

아마존은 제2본사에 10년간 50억 달러(약 5조6700억 원)를 투자하고 평균 연봉 15만 달러 이상의 일자리 약 5만 개를 만들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롱아일랜드시티와 내셔널 랜딩 지역에 2028년까지 억대 연봉 일자리가 2만5000개씩 생기는 셈이다.

아마존의 본사 건설과 인력 채용에 따라 유치 도시들은 세제 혜택을 주고 현금 지원 등을 한다. 뉴욕시는 평균 연봉 15만 달러 이상의 2만5000명을 고용하면 10년에 걸쳐 12억 달러의 세제 혜택 등 30억 달러의 지원을 한다. 버지니아는 2만5000명의 일자리 대가로 앞으로 15년간 7억96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뉴스는 전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약 30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로 2025년까지 275억 달러의 세수를 거둘 것”이라며 “주 정부가 제안한 인센티브 프로그램 중 가장 수익률이 좋다”고 큰소리를 쳤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트위터에 “아마존의 롱아일랜드 선택은 뉴욕 기술 인재의 성장을 확인해주는 것일 뿐 아니라 롱아일랜드시티 주택 학교 공원 교통 문화 투자를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 “집값 폭등에 교통 체증, 시애틀 짝 난다” 우려도


모든 시민들이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주민들은 주와 시 정부가 추진한 불투명한 인센티브 제안과 아마존 제2본사 유치에 따른 주택 부족, 교통 체증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버지니아주 내셔널 랜딩 지역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제안하고 아마존 제2본사를 따낸 뉴욕시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버지니아주와 지방정부가 제안한 인센티브를 아마존의 일자리 창출 계획과 비교하면 일자리 1개당 3만2000달러가 든다. 반면 뉴욕주와 시 정부는 일자리 1개당 6만1000달러를 제안한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 제2본사 지원 세부 내용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며 “붐비는 지하철, 집값 상승, 하수도 부족, 주와 시 세금 등의 비용이 2만5000명의 새로운 근로자 혜택을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주민들은 주나 시 정부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퀸즈 지역구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당선인(민주당)은 “이 문제에 대한 퀸즈 주민들의 전화와 연락을 하루 종일 받고 있다. 지역사회의 반응? 분노(outrage)”라고 트위터에 썼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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