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후 블랙아웃, 베개 찾기도 어려워…어둠 속 재난대피 준비하는 일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9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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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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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쾅!”

고요한 적막을 깬 것은 진도 ‘6강’의 지진. 이불을 덮고 자던 사람들이 급히 일어서려 했다. 함께 있던 기자도 베개를 겨우 찾아 머리를 감싸며 엎드렸다. 하지만 격렬한 진동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지난 달 28일 오후 6시 도쿄(東京) 도시마(豊島) 구 도쿄소방청 이케부쿠로(池袋)방재관. 이불과 베개가 놓인 지진 체험실 바닥이 움직이자 30여 명의 참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대피가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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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 ‘6강’에 베개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아

지난 달 4일 태풍 ‘제비’로 인한 오사카(大阪) 간사이 국제공항의 고립 및 정전 사태, 이틀 뒤인 6일 새벽 홋카이도(北海道) 강진(진도 6강) 등 9월 한 달간 일본에서는 자연 재해가 잇달았다. 재난에 따른 정전으로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에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체험훈련 프로그램 ‘나이트 투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밤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행동 요령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도쿄소방청에서 올해 4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2차례(오후 5, 7시) 실시 중인데 재난이 이어진 지난 달부터는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지진 대피에 이어 화재 대피 체험은 연기 가득한 약 16㎡(5평) 남짓한 공간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다. 교관은 “천이나 물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허리를 굽힌 채 오리걸음으로 대피해야 하고 연기 확산을 막기 위해 마지막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강조 했으나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일정 높이 이상 허리를 들면 ‘삑’하는 경보음도 자주 울렸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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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건 중 7건이 밤 중 강진… ‘블랙아웃’ 대비 용품 인기

동아일보가 일본 기상청의 지진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 간 발생한 진도 6약 이상의 강진 26건 중 밤이나 새벽에 발생한 비율은 69.2%(1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건 중 7건 가까이 밤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방재 용품 전문 매장에서도 야간 및 블랙아웃 시 대피에 도움이 되는 상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에 문을 연 ‘세이숍’에서는 화력으로 전기를 만들어 손전등이나 휴대전화 충전이 가능한 이동용 전기 발전기나 쓰나미 태풍 등에도 불을 피울 수 있는 방수 성냥, 동결 건조해 유통기한을 늘린 ‘서바이벌 푸드’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방재 전문가인 히라이 히로야(平井敬也) 씨는 “화재, 상해 등 2차 피해를 막아주는 상품들이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네다 마사시(金田正史) 도쿄소방청 이케부쿠로방재관장은 “야간 및 블랙아웃 상황에서의 대피를 위해 평소 손전등이나 소화기 등을 찾기 쉬운 곳에 두고 물건 정리를 통해 대피 공간을 마련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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