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의 ‘반나절’ 방북,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 확정할 듯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5일 0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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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주말에 평양을 방문한다. 6일 일본에서 아베 총리와 고노 외상을 만난 뒤 다음날 일찍 평양으로 간다. 평양에 체류하는 시간은 반 나절 남짓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사전에 발표됐다. 따라서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 협상할 시간적 여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을 만난 뒤 곧바로 서울로 이동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만나고 다음날 중국으로 간다. 숨막힐 정도로 바쁜 일정이다.

도쿄에서 평양으로, 곧장 서울로, 다음 날 베이징으로 이동하는 건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평양 방문이 어떤 결과가 있을 지를 사전에 충분히 감을 잡고 있음을 방증한다. 일본에는 그동안 북미 사이에 오간 내용을 알려주고 평양에 무엇을 줄지도 귀뜸할 것이다.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우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다. 이어 미국이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북한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설명하고 가능하다면 트럼프-김정은 2차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할 것이다.

그런데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할 일은 이미 북미간에 충분히 논의된 듯한 분위기다.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이나 김정은 친서를 아베 일 총리에게 보여주자 아베가 “정말 획기적”이라고 반응한 것을 볼 때 그렇다.

그뿐 만이 아니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 내정자 제임스 리시는 한 국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2차 정상회담 시기를 백악관과 상의했는데 멀지 않았다”면서 다음달 6일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한다. 이미 시기와 장소를 알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북미간 쟁점이었던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을 뿐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리시 의원도 이미 상세한 내용을 알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따라서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 길게 체류하지 않는 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의제와 합의 내용, 시기, 장소 등 중요 내용들이 이미 사실상 확정돼 있음을 시사한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간 논의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지를 확인하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이 4일 종전선언과 북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맞바꾸어야 한다고 4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나서서 관심을 끌었다. 강장관은 미국 측에 이런 내용을 제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 발표될 내용을 두고 강장관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밝힌데는 사연이 있을 법하다.

우선 강장관이 밝힌대로 미국에 제안을 했는데 미국이 미온적이어서 공개표명을 통해 다시 한번 촉구하고 나섰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미묘한 시기에 한미간에 합의가 없는 내용을 강장관이 나서서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보다는 미국 의회나, 전문가들에게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강조하는 뜻이 커보인다. 이와 관련 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2008년 핵리스트 신고 뒤 북미간 협상이 난관에 봉착한 것을 들어 리스트 신고보다 우선 영변핵시설 폐기부터 하고 보자는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스트를 먼저 받고 이를 검증하는 사찰을 통해 핵폐기를 이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일반론을 반박한 셈이다.

강장관의 행보는 북한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은 유엔 총회를 즈음해 이용호 외상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종전선언과 영변 핵시설 폐기를 맞바꾼다는데 어느 정도 미국의 동의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의회나 전문가들의 반응을 신경 쓰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자 불안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일 북한은 “종전선언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논평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강장관의 공개 천명이나 리시 미 상원외교위 내정자의 반응 등은 북한의 이런 불안감을 달래려는 의도로 봐도 좋을 듯하다. 2일에 북한의 반응, 4일에 강장관 기자회견과 리시 의원 인터뷰는 조선중앙통신 논평에 한미가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을 시사한다. 특히 리시 의원이 가진 중앙일보 인터뷰는 미 정부가 미 의회를 상대로 종전선언 채택을 설득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펴고 있음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점들을 모두 종합하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평양 방문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영변 핵시설 폐기 약속을 확인하고 그 대가로 종전선언을 한다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구도를 확정하는 것이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 목적의 전부인 셈이다.

지난 8월과 달리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행이 다시 취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아무리 좌충우돌하는 트럼프라도 두번 연달아 같은 장면을 연출할 생각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11월 중간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따라서 북미 2차 정상회담 개최와 종전선언 채택은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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