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 두절…너무 무서웠다” 日 간사이공항 폐쇄에 한국 관광객들 고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5일 16시 53분


5일 오후 일본 간사이국제공항과 고베 공항을 배로 왕복하는 ‘베이셔틀’ 선착장에는 30분 간격으로 간사이공항에서 배를 타고 온 관광객 수 백 명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여행을 온 한국 관광객이 많았다.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 박민선 씨는 “간사이 공항 내부가 전기도 안 들어오고 통신도 두절돼 너무 무서웠다”며 “‘무조건 공항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밤 통신이 두절돼 다른 비행기 편을 예약하지 못했다. 지금부터 어떻게 귀국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간사이공항 빠져나오는데 6~7시간 대기

‘베이셔틀’ 선착장까지 가기 위해 간사이공항 앞 버스 정류장에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수백 명의 관광객들이 줄을 섰다. 오후 2시 경 배를 타고 고베 공항으로 빠져 나온 관광객 허정미 씨는 기자에게 직접 찍은 동영상을 보여줬다. 이 영상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공항 주변을 둘러싼 채 땡볕에서 줄을 선 모습이었다. 허 씨 일행은 “배를 타기 위해 아침 6시부터 줄을 섰는데 오후 2시가 돼서야 겨우 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베이셔틀은 총 12편의 임시 수송을 했지만 사람들이 몰려 예정 시간보다 1시간 이상 지연됐다. 간사이공항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관광객들을 위해 물 빵 등 식료품과 가스 등을 실은 배가 공항을 오갔다.

오사카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5일 “간사이 국제공항에 고립됐던 한국 관광객 수가 50여 명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실제 공항에 수백 명의 한국 관광객들이 고립됐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가족과 함께 오사카 여행을 온 남궁동우 씨는 “어제 밤 내 주변에 한 바퀴만 둘러봐도 한국 관광객이 100여 명 이상이었다. 전부 합치면 대략 100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 통신 모두 안 되는 상황에서 안내 방송마저도 일본어로만 나오니 주변 한국 사람들끼리 뭉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국 관광객은 “한국 총영사관은 고립된 한국인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 관광객들 “수백 명 고립 됐는데 무슨 50명”

일본 정부는 5일 태풍 ‘제비’로 인해 10명이 사망하고 34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중 가장 피해가 컸던 간사이 공항은 4일부터 폐쇄가 된 상태다. 공항에 고립된 관광객 3000명과 직원 2000명 등 총 5000명은 오전 7시부터 운행된 고베 공항행 임시 배편과 오전 9시부터 투입된 육지 방향의 임시버스 편으로 빠져나왔다. 버스의 경우 4일 유조선이 공항과 육지는 잇는 다리에 부딪히면서 전 차선 통행이 금지됐지만 공항 측은 파손되지 않은 반대편 차선(공항에서 육지로 나가는 쪽)의 통행을 허용해 바다 건너 편 이즈미사노(泉佐野) 역까지 운행했다.

오사카 여행을 왔다가 공항에서 고립됐던 대학생 박순호 씨(21)는 “폐쇄된 공항 대합실에서 잤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자리가 없어 로비와 바깥을 돌아다니며 눈을 붙여야 했다”고 말했다 공항 측으로부터 구호품과 담요,등을 받고 하루 밤을 보낸 박 씨는 “국내 항공사로부터 이번 주 토요일이나 돼야 운항이 재개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일부 한국 관광객들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공항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일단 배를 타고 고베 방항으로 빠져나가 뒤 거기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생각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고립돼 결혼식이 취소된 경우도 있다. 후쿠시마(福島) 현에 사는 한 70대 할아버지는 “하와이에 사는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을 찾았는데 비행기가 결항되면서 딸의 결혼식도 연기 됐다”고 말했다.

오사카 고베=김범석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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