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네이션’이 국가의 미래… 대학이 끌고 정부가 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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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살린 도시, 현장을 가다]싱가포르

난양이공대(NTU)의 명물인 ‘러닝허브(Learning hub)’. 강의실, 연구실, 세미나실 등을 갖춘 다목적 시설로 모든 
건물이 둥근 모양으로 설계됐다. 작은 사진은 NTU 캠퍼스 이곳저곳에서 시범 주행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NTU 제공
난양이공대(NTU)의 명물인 ‘러닝허브(Learning hub)’. 강의실, 연구실, 세미나실 등을 갖춘 다목적 시설로 모든 건물이 둥근 모양으로 설계됐다. 작은 사진은 NTU 캠퍼스 이곳저곳에서 시범 주행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NTU 제공
‘향후 싱가포르는 무엇을 발판으로 도약할 것인가.’ ‘아시아의 허브’로 무역·관광·금융을 바탕으로 비약적 성장을 이룬 싱가포르는 10여 년 전부터 ‘다음 먹거리’를 찾는 데 골몰했다. 정부와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이 치열한 토론을 통해 찾아낸 결론은 ‘스마트네이션’.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2014년 스마트네이션을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선포했다.

스마트네이션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상용화해 인간의 편리를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총리 산하에 ‘스마트네이션 프로그램 오피스(SNPO)’를 두고 교통 생활 에너지 수도 등 영역의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미래를 여는 핵심 키워드인 스마트네이션을 실현하는 데 대학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대학인 난양이공대(NTU)와 싱가포르국립대(NUS)를 탐방했다.

스마트캠퍼스 추진하는 NTU

14일 찾은 싱가포르 서북부의 난양이공대(NTU)에선 운전자가 없는 버스가 캠퍼스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인 자율주행버스였다.

NTU의 스마트기술 실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에어컨 없이 바람의 드나듦을 활용한 크레센트 홀 등 대부분 빌딩은 첨단 시스템을 구축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수브라 수레시 NTU 총장은 “국가 시스템을 바꾸기에 앞서 NTU 캠퍼스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스마트네이션을 구현하기 전 스마트캠퍼스를 통해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대학과 기업의 연구진이 에너지효율, 자율주행, 재생에너지, 로봇 등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SNPO와 함께 스마트네이션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민간 정보통신회사인 싱텔도 NTU 싱가포르국립대(NUS) 등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스마트네이션 테스트베드는 NTU를 비롯해 10여 군데에 이른다. NTU는 친환경 빌딩과 자율주행차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지금보다 35% 감축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수레시 총장은 “싱가포르는 규모가 작아서 혁신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또 고위 공무원과 교수의 연봉이 높아 뛰어난 인재가 많다”고 했다.

대학, 산업과 국가 혁신의 밑거름 되다

싱가포르국립대(NUS)의 스타트업 지원센터인 ‘행어’에서 학생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학교 마크와 NUS 표기가 새겨진 캠퍼스의 건물 벽. 싱가포르=이설  기자 snow@donga.com
싱가포르국립대(NUS)의 스타트업 지원센터인 ‘행어’에서 학생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학교 마크와 NUS 표기가 새겨진 캠퍼스의 건물 벽. 싱가포르=이설 기자 snow@donga.com
15일 찾아간 NUS 캠퍼스의 스타트업 지원 공간 ‘행어(Hangar·격납고)’. NUS 산하 NUS엔터프라이즈가 운영하는 이곳은 창업 희망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창업 지원공간이다. NUS는 행어 외에도 ‘싱가포르 스타트업의 본산’으로도 불리는 ‘Blk71’ 등 두 곳의 스타트업 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대학이 창업 지원을 통해 산업과 국가 혁신에 적극 기여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NTU도 스타트업 지원센터 ‘NTU 이노베이션(NTUitive)’를 두고 있다.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컨설팅, 사무 공간,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특히 인문대생에게 창업가 마인드를 가르치는 ‘르네상스 엔지니어 프로그램(REP)’은 세계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공대 내의 ‘이노베이션 개라지’에서는 중장비 기계를 이용해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화할 수 있다.

‘하울리오(HAULIO)’의 세바스찬 션 대표는 졸업한 뒤에도 종종 행어를 찾는다. 하울리오는 기업 간 물류시스템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플랫폼을 공급하는 스타트업으로 5년 만에 직원이 15명으로 늘었다. 션 대표는 NUS가 운영하는 해외 인턴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 창업가 양성을 위해 2002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6∼12개월간 미국 유럽 아시아 전역의 스타트업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션 대표는 “인턴을 하면서 문제해결 능력과 창업현장에서 필요한 모든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스마트네이션 실현을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08년 ‘혁신·기업을 위한 국가 기초 사업’ 프로젝트를 통해 벤처 활성화에 나섰다. 릴리 챈 NUS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싱가포르는 지난 30년간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 경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외국 기업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있다. 스타트업을 통해 싱가포르 기업을 키우고 다음 세대를 위한 산업군을 형성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대학과 정부의 적극적인 스타트업 지원책으로 싱가포르에서는 최근 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도 여럿 탄생했다.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Grab)’, 동남아 지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자’, 미국 나스닥에서 8억 달러 이상의 몸값을 자랑하는 게임개발업체 ‘시(Sea)’가 대표적이다.

페이잘 압둘 라만 NTU 대외협력수석부장은 “관광 금융 무역에 더해 스타트업도 싱가포르 경제를 견인하는 중요한 축으로 성장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금과 동일한 금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매칭펀드 등 정부의 노력과 창업을 독려하는 대학의 움직임이 맞물려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이설 기자 snow@donga.com
#싱가포르#ntu#싱가포르국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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