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1, 2차와 달리 공개방북… 비핵화 시간표 北과 담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6일부터 1박2일 3차 방북

6일부터 이틀간 진행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세 번째 평양행은 시작부터 기존과 달랐다. ‘007작전’을 방불케 했던 예전과는 다르게 백악관과 국무부가 먼저 밝혔다. 그만큼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CVID를 공동성명에 담지 못했던 백악관이 이번엔 구체적인 ‘비핵화 성과물’을 꼭 챙기겠다는 의지와 절박함이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 ‘비핵화 로드맵’ 최신판 들고 평양 가는 폼페이오

북-미 회담 후 20여 일이 흘렀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비핵화 성과를 아직 내놓지 못한 채 오히려 북한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유해 송환이 이미 이뤄졌다고 잘못 발표하며 여론은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

1일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이 열렸지만 미국이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3일(현지 시간)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판문점에서 비핵화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전에 진전된 비핵화 조치와 관련된 의제 조율을 원했지만 비핵화 문제는 김정은만이 결단할 수 있는 만큼 실무 라인에선 별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했다. 한 정부 관계자도 “생각대로 착착 진행이 안 됐다는 반응”이라며 백악관의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북한의 ‘생명줄’인 핵은 김정은-트럼프 간 직접 소통으로만 진척될 수 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워싱턴의 다른 소식통은 “과거 북-미 협상과 달리 정상회담을 거친 만큼 트럼프와 김정은이 결단해야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거듭 방북 의사를 밝혔고, 국무부가 심지어 방북 가능성을 언론에 흘려 북한을 압박하는 전술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폼페이오가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가 수정한 ‘비핵화 로드맵’ 최신 버전을 들고 가 김정은을 설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다시 김정은을 압박하며 소정의 비핵화 성과를 도출하려 애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 조급한 미국, 한일에 묻지도 않고 회의 날짜 통보

비핵화 로드맵을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백악관의 조바심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 국무부가 7, 8일 폼페이오 장관이 일본 도쿄를 방문해 한미일 3자 협의를 한다고 3일 밝혔지만,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일본과도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해 일정 조율에 애를 먹고 있는 형국이다. 이 시기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인도, 싱가포르 순방을 떠나는 날짜와 겹친다. 사정을 잘 아는 당국자는 “미국과 일정을 협의 중이다. 상의 없이 미측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해 당황했다”며 “물리적으로 가지 못할 경우 전화로 결과를 공유받거나 대신해서 누군가가 갈 수도 있지만 순방 수행을 조정해서라도 되도록이면 도쿄행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 장관의 일정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외교장관 회담이라고 못 박지 않고 ‘한일 지도부(leaders)’로 표시한 만큼 미측에서도 배려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사전에 완벽히 만남 시간표를 주고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일본 외무성 또한 강 장관의 거취를 물어오며 미측과 일정 조율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3일 남북 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단을 이끌고 방북하면서 평양에서 남북미 3자가 회동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일부터 6일까지 체류할 계획인 조 장관이 6, 7일 머무는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6일 오전경 자리를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조 장관도 방북길에 오르기 전 관련 질문에 대해 “일단 가서 봅시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동안 김영철-폼페이오 소통 라인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던 조 장관이 이들과 동석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아직은 더 많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폼페이오#공개방북#비핵화 시간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