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어 가능한 인력 차출… “싱가포르 출장 승인 떨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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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6·12회담 본궤도]백악관, 북미정상회담 준비 가속
北억양-사투리 숙지 교육받은 주한미군 정보요원 활용안 검토
싱가포르선 “샹그릴라호텔 유력”

뉴욕 판문점 싱가포르 등 곳곳에서 북-미 간 동시다발적인 접촉이 진행 중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질적인 준비에 들어갔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 ‘한국어 자원’ 싱가포르로 집결 지시

백악관은 최근 미국 재외공관 직원들 가운데 한국 관련 근무를 해서 한국어에 능통한 직원을 대거 싱가포르로 차출 중인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통역은 물론이고 회담 기간 북한 인사들을 상대로 한 전방위적 정보 수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미 정부 소식통은 “4일부터 15일까지 싱가포르로 출장가라는 문서가 발송됐다. 해당되는 사람들은 싱가포르행 출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날짜 조정이 있을 순 있어도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게 현재 방침”이라고 전했다. 필요에 따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판문점에서 접촉해온 성 김 주필리핀 미대사, 마크 내퍼 주한 미대사 대리 등 한국어에 능통한 국무부 고위급 인사들이 차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한미군 내 대북감청 담당 군 인력도 차출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외교 소식통은 31일 “실시간으로 대북 감청 업무 등을 수행하며 대북 정보를 분석하는 주한미군 정찰 인력은 한국어에 능통한 것은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보기 드문 한반도 전문가들”이라며 “본국(미국)에서 이들을 어떻게 이번 회담에서 활용할지 고심 중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중심의 정보 라인과 주한미군 주축의 군 라인 ‘투 트랙’을 가동해 이미 집중적인 대북 정보 수집에 나섰다는 말도 나온다.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기간 내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정찰부대원들의 경우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수년간 집중적으로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대북 감청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부대원들은 북한 특유의 억양과 사투리까지 숙지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북한말 시험을 보고 북한의 최근 동향·정세 교육까지 따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 “보상은 크게, 과거와 다르게, 빠른 비핵화”

판문점 의제 조율을 거쳐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회담이 마무리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어느 선까지 조율된 의제를 놓고 마주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에선 미국 측이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는) 더 크고, (과거와) 다르며, 더 빠르게(bigger, different, faster) 진행되기를 희망한다”는 표현을 주목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북한의 비핵화 보상은 크게, 비핵화 단계는 기존과 다르게 최소화하여 빠르게 진행하다는 ‘트럼프식 모델’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을 듯하다. 뉴욕 회담 결과에 따라 성 김 대사가 진행 중인 의제 실무 접촉이 하루 이틀 더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일부 디테일을 놓고 북측과 추가 논의해야 한다면 뉴욕이 아니라 판문점에서 진행될 것이다. 성 김-최선희 팀은 그런 이유 때문에 아직 남아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싱가포르 현지에선 정상회담 장소로 여전히 샹그릴라 호텔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유력 일간지인 스트레이트타임스는 “외교사절 번호판을 단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미국 당국자들이 샹그릴라 호텔에서 목격됐다”며 “샹그릴라 호텔이 회담 장소로 결정될 거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닛폰TV는 북한 측이 샹그릴라 호텔이 아닌 현재 미국 선발대가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카펠라 호텔을 회담 장소로 제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한기재 기자


#미국#한국어 가능한 인력 차출#싱가포르 출장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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