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가 車검사… 품질 데이터 조작… 日, 무너지는 ‘모노즈쿠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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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社, 30년 넘게 소비자 속여… 닛산도 검사 속여 차 120만대 리콜

“저희 회사가 일본의 모노즈쿠리(もの造り·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일본 제조업 문화)의 불안요소가 됐다는 것이 수치스럽습니다.”

27일 도쿄(東京) 시부야(澁谷)의 스바루 본사. 요시나가 야스유키(吉永泰之) 사장이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요시나가 사장은 이날 군마(群馬)현 공장에서 30년 넘게 무자격 직원에게 완성차 검사를 맡겼다는 사실을 발표한 뒤 “사내에 잘못됐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25만5000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법적으로 자동차 업체가 만든 차량은 자격을 갖춘 직원이 실시하는 안전 검사를 통과해야 출하될 수 있다. 정부가 기업을 믿고 안전검사를 대행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스바루는 무자격 직원에게 검사를 맡겼고, 정규 검사원의 도장을 빌려줘 대신 찍게 했다. 요시나가 사장은 “대대로 그렇게 해 왔다.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스바루의 수법은 이달 7일 무자격자 완성차 검사 사실을 밝혔던 닛산과 같았다. 닛산은 국내 공장 6곳 모두에서 무자격자가 출하 전 검사를 맡았던 사실이 드러나자 전 공장에서 내수용 출하를 2주 동안 중단했다. 리콜 대상 차량도 120만 대로 늘어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닛산의 내부 조사에서 1979년 이후 무자격자 검사가 이뤄졌던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잘못된 관행이 40년 가까이 지속된 것이다.

자동차 분야뿐만이 아니다. 고베제강은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의 제품이 기준에 미달함에도 품질 데이터를 조작해 통과시켜 온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납품한 제품은 안전성이 생명인 항공기, 자동차, 로켓, 고속철 등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커졌다.

고베제강은 26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4건의 품질 조작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고 인정했다. 지금까지 품질 조작 제품을 납품한 곳이 525곳에 달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보잉 등이 고베제강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 법무부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국제 스캔들로 비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연이어 스캔들이 터지는 배경에 ‘경영진과 현장의 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경영진의 대담한 혁신 대신 ‘가이젠(改善)’이라는 명목으로 현장의 비용 절감 및 납기 준수만을 독촉해 온 일본식 경영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지적이다.

한편 스캔들에 휩싸인 기업들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인연도 화제다. 고베제강은 아베 총리가 유일하게 근무한 기업이며, 스바루의 요시나가 사장은 아베 총리의 대학 동기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제조업#장인정신문화#모노즈쿠리#일본#닛산#스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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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17-10-30 08:50:47

    한국은 무자격자들이 대한민국정치를 말아먹고 있는데.....

  • 2017-10-30 12:11:17

    대륙법 체계로는 보면 잘못이지만, 영미법체계로 보면 전혀 잘못이 아닙니다. 미국은 형식 승인제도가 아예 없고, 모든 것은 판매자 책임의 원칙입니다. 그때문에 문제가 생긱면 판매자가 보상해 주면 됩니다. PL 법이라고 하죠. 제조사가 품질을 보장한다면 그걸로 끝.

  • 2017-10-30 09:40:33

    이 것이 바로 위대한 한류가 본격적으로 일본에 상륙한다는 신호탄이다. 기다려랏 일본아 너희도 머지않았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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