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책 궁금한 외교관들, 켈리 표정 먼저 살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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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美 주재 12개국 외교관 조사

미국 워싱턴 외교가가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 백악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개월을 맞아 미국에 주재한 12개 유럽, 중남미, 아시아 우방 국가 외교관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고위 외교관은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워싱턴 외교관들은 트위터 메시지가 정책이 되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이 불명확한 가운데 어렵게 마련된 무역과 기후변화 관련 합의들이 폐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을 거칠게 비난하고 이란 핵 합의를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워싱턴 외교가의 실망과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워싱턴 외교가의 정보 공유 모임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한 외교관은 “우리는 항상 서로에게 ‘누구와 거래를 하고 있느냐’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다루고 있느냐’고 묻는다”며 “누가 트럼프를 만났다고 하면 ‘그(트럼프)가 뭐라고 했느냐’ ‘이방카(트럼프의 장녀)가 거기 있었느냐’ ‘켈리(백악관 비서실장)의 얼굴 표정이 어땠느냐’ 등의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존 켈리 비서실장의 ‘표정’이 중요한 바로미터가 된 건 그가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을 제어하고 백악관 주요 정책의 실질적인 조율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켈리는 또 아버지의 신임이 두터운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 같은 핵심 측근들을 관리하는 등 백악관의 업무 체계와 기강을 잡는 인물로 인정받고 있다. 또 일부 외교관은 예측 불가능한 백악관 대신 미 의회와 주정부를 대상으로 관계를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WP는 한국도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필하려고 노력했던 국가 중 하나라고 전했다. 미 의회 산하 평화연구소 연구원을 지내고 국정기획자문위 외교안보분과에서 활동한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WP 인터뷰에서 “(6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트럼프)와 맞추려 했지만 잘 안 됐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이 (안보와 경제 이슈들을) 디테일하게 설명하려 했다”며 “(디테일한 것을 선호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했을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매티스(국방장관) 등을 믿고 싶다. 하지만 이들도 100% 방탄(전쟁을 막아줄 수 있는)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위협에 대해 계속 수수께끼 같은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김정은의 계산 착오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그(김정은)가 미국으로부터 공격이 임박했다는 두려움을 가지면 선제 타격을 명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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