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MPUTIN(트럼프+푸틴)! 트럼프에 가장 먼저 축전 보낸 푸틴… 美-러 마초형 리더의 ‘브로맨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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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 태풍]평소 서로 칭찬하며 우호 과시… 러, 삐걱대던 양국관계 개선 기대
브로맨스 지속 여부 첫 시험대는 러 제재 해제-나토군 철수 여부
불확실성 싫어하는 푸틴과 ‘불확실’ 상징 트럼프 충돌할 수도

 “우리가 해냈다(We did it).”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러시아의 보리스 체르니셰프 하원의원은 자국의 승리처럼 기뻐했다. 트럼프의 당선 소식에 러시아 주가는 치솟았다. 트럼프의 승리가 러시아에 새로운 투자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경제제재가 시작되고 시리아 내전 개입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빠져들면서 러시아 경제는 침체기를 겪었다.

 대표적인 마초 리더인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양국의 ‘신냉전’ 상태를 녹여낼 수 있을까. 둘은 서로를 “재능 있는 인물”(트럼프), “강한 지도자”(푸틴)라고 칭찬하며 ‘브로맨스’를 자랑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 직후 세계 지도자들 중 가장 먼저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축전을 보냈다. 하지만 “앞으로 두 나라의 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러시아 저널리스트 미하일 지가르는 “푸틴은 미국인에 대해 상습적인 위선자라는 인식이 확고하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의 임기 2년 차인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는 푸틴과의 첫 만남 후 “푸틴의 눈을 보면 영혼이 느껴진다”며 호감을 나타냈고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취임 후 옛 소련 연방국가의 민주주의 운동을 지원하면서 러시아와 갈등을 빚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출범 직후 ‘리셋(reset·재설정)’이라는 표현을 쓰면서까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자신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방 확장 정책을 이어갔고 러시아의 인권 문제도 끈질기게 거론했다.

 트럼프와 푸틴의 브로맨스가 지속될지 여부를 가늠하는 첫 번째 시험대는 러시아에 부과해 온 경제제재 해제와 러시아 근처에 배치한 나토군 철수 여부라고 시사주간 타임이 분석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나토에서 발을 뺄 것을 시사했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폴란드와 발트 해 연안 3국이 러시아 영향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이 나토에서 발을 뺄 경우 유럽연합(EU) 군대 창설을 공언해 군비경쟁이 가속화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마초 성향이 양국 간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는 뉴욕군사학교, 푸틴은 KGB 출신이다. 모스크바 라디오 진행자 알렉세이 베네디토프는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푸틴과 불확실성의 대명사인 트럼프의 관계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올가 코비티디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실용적인 인물이어서 두 전임 미국 대통령과 달리 푸틴과 잘 풀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미국#대선#러시아#푸틴#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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