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회 진출 늘리자”…日, 55년 만에 배우자 공제 폐지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13시 29분


코멘트
일본이 전업주부를 우대하도록 설계된 배우자 공제를 55년 만에 폐지하고 맞벌이 가구를 배려한 새 공제제도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인구가 줄고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여성의 취업의욕을 부추기도록 세제를 개편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자민당의 미야자와 요이치(宮澤洋一) 세제조사회장은 30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신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출산 고령화가 예상 이상으로 진전돼 여성의 사회진출을 늘리는 것이 긴급한 과제”라며 “배우자 공제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 가을부터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연수입이 103만 엔(약 1100만 원) 이하인 배우자가 있으면 세대주의 소득에서 38만 엔(약 420만 원)을 일률적으로 공제하고 있다. 현재 이 혜택을 받는 사람은 1500만 명에 달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남편의 소득이 600만 엔(약 6600만 원)인 경우 세금 부담이 약 7만 엔(약 80만 원)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주부들은 이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소득이 103만 엔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어 ‘103만 엔의 벽’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도 103만 엔을 기준으로 파트타임 주부의 급여를 정하는 관행도 생겼다.

미야자와 회장은 이에 대해 “전업주부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이 가장 이득이 되는 제도는 없애야 한다. 일할 의욕이 있는 사람이 사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은 정부와 함께 연내 결론을 낸 뒤 내년 세제개편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새 제도는 배우자 중 소득이 높은 쪽에서 일정액을 공제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벌이와 맞벌이 가구 모두에 적용되기 때문에 전업주부의 반발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제도가 남편의 소득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과 달리 고소득자의 공제액을 줄이고, 저소득자의 공제액을 늘리는 방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1961년 제도 도입 당시 전업주부가 일반적이었던 일본 사회가 급속하게 바뀐 것도 제도 개편의 배경이 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980년 1114만 가구에 달했던 전업주부 가구는 2014년 720만 가구로 급감했다. 반면 맞벌이는 같은 기간 614만 가구에서 1077만 가구로 늘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본격적인 제도 개편에 나설 경우 전업주부 등이 제도 개편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향후 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중하게 검토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