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시두스보]‘하다’ 선물하고 수유차 마시며 탕카 감상… 쓰촨에서 만나는 티베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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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 티베트족 집단 거주지역은 쓰촨, 티베트, 칭하이, 간쑤, 윈난 등 5개성 인접부분에 위치한다. 간쯔티베트족자치주, 아바티베트족창족자치주, 무리티베트족자치현(량산이족자치주에 속함)을 포함하고 있으며 중국 내 2대 티베트족 집단 거주지역이다. 이 곳은 또한 예로부터한족과 티베트족을 연결하는 로드였다.

티베트족 집단 거주지역에는 중국인들이 애창하는 ‘캉딩칭거’라는 민요가 있다. 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중국 관광지 중의 하나인 아바주에 위치한 주자이거우(九寨溝·구채구)도 있다. 중국 전 총리 주룽지(朱鎔基)도

여기를 방문하고선 ‘해외선산, 봉래성지(海外仙山, 蓬萊聖地)’라는 찬사를 남겼다.

순결을 상징하는 ‘하다(哈達)’, 향이 가득한 수유차와 수백 년이 지나도 색깔이 그대로인 탕카…. 이 모든 것이 티베트족 집단 거주지역에 있는 보물들이다. 쓰촨 티베트족 집단 거주지역은 ‘캉바(康巴)문화’의 핵심지역으로서 신비주의와 독특한 민족 풍습이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하다’는 축복이 담긴 선물

티베트족 집단 거주지역에 손님으로 가게 되면 ‘하다’를 보게 될 것이다. 하다를 선물하는 것은 티베트족의 예의이다. 혼례, 상례, 불상, 조상, 송별, 손님맞이 등 많은 경우에 하다를 선물하는 풍속이 있다. 하다는 상대방에게 순결, 성심, 충성과 존경을 표시한다.

하다를 선물함에 있어서 사람마다 자세가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두 손으로 하다를 어깨 높이까지 받쳐 든 뒤 앞으로 내밀며 허리를 굽혀 상대방에게 전한다. 상대방은 공손한 자세로 두 손을 같은 높이로 들어 하다를 받는다. 어른에게 하다를 선물할 경우 두 손을 머리보다 높게 들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전달해야 한다. 아랫사람들일 경우 직접 목에 걸어주면 된다.

하다의 유래에 대해 여러 설이 있다. 한나라 시기 장쳰이 서역으로 가던 도중 티베트를 지나면서 현지 족장에게 견직물을 드렸다. 고대 한족들에게 견직물은 순수한 우정을 상징했다. 부족민들이 이 견직물을 중원에서 내려 보낸 큰 선물로 알고 오늘날까지 관습의 형태로 보전해왔다는 설이 그 중 한가지이다. 하다가 선녀의 리본으로 순결, 신성함과 지고무상을 뜻한다는 종교적 해석도 있다.

석 달 고기 안 먹어도 매일 수유차는 마셔야

수유차
쓰촨 티베트족 집단 거주지역은 워낙 면적이 넓어 한개 현에서 다른 현으로 가려면 하루 종일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힘들게 목적지에 도착했다면 꼭 수유차를 마셔야 한다. 티베트인들은 석 달간 고기를 먹지 못하더라도 수유차는 매일 마셔야 한다. 티베트인들은 목축지역과 농업지역에 따라 식습관이 서로 다르지만 쌀보리, 수유차, 소고기, 양고기와 유제품에 대한 애착은 동일하다.수유차는 티베트지역의 특색 음료로서 주식인 참파와 함께 마시고 방한 효과가 있다. 소나 양의 젖에서 얻은 유지방과 진한 차로 가공해 만든다.

수유차에는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도 있다. 과거 티베트 지역에는 샤(轄)족과 누(怒)족이 있었는데 자주 전쟁을 벌였다. 그런데 샤족 부족장의 딸 메이메이춰는 누족 부족장의 아들 원둔바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부족의 오랜 원한 때문에 샤 부족장은 사람을 파견해 원둔바를 살해했다. 그러자 메이메이춰도 불속에 몸을 던져 자결했다. 두 사람이 죽은 후 차나무의 찻잎과 염호(鹽湖) 안의 소금이 되어 티베트인들이 수유차를 탈 때마다 차와 소금이 다시 만날 수 있다.

수유차를 제조할 때 우선 적당한 양의 소나 양 젖에서 얻어 낸 유지방을 특별 제작한 용기에 넣고 소금을 조금 첨가하고 진한 찻물을 넣은 뒤 나무로 유지방과 찻물이 충분히 뒤섞일 때까지 저어주면 된다.

처음 수유차와 참파를 먹을 때는 그 진한 맛과 향에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지만 티베트인들의 집에 방문한다면 당신의 찻잔에는 항상 수유차가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열정적이고 호의적인 티베트인들은 당신이 그 맛을 알게 되는 순간 더 이상 수유차 없이는 못 살 것이라며 한잔 더 권할 것이다.

탕카, 백년이 지나도 탈색되지 않는 그림

탕카는 아주 특별한 그림이다. 저런랑쟈는 탕카를 10년 남짓 그려온 전문가다. 그의 수중에 있는 붓은 두께가 3mm밖에 안 된다. 그는 붓을 천천히 화폭에 대고 손목을 미약하게 떠는 듯이 나뭇잎에 색을 입힌다.

매일 화폭 앞에 10시간씩 앉아 한달 넘게 공을 들여야 길이 107cm, 폭 72cm의 탕카를 완성할 수 있다.

색감에 있어서 옛 탕카는 재료를 아주 엄선하였는데 금, 은, 진주, 마노, 송석, 공작석, 주사 등 진귀한 광물 안료와 사프란, 대황, 인디고 등 식물 안료만 사용한다.

이런 천연원료는 탕카에 아름다운 색채를 입혀주는 동시에 수백 년간 퇴색하지 않게 유지해준다. 이는 현대화학안료가 근접할 수 없는 부분이다.

탕카의 제작 방식은 아주 엄격하다. 작업에 착수하기 전에는 별도의 의식을 올려야 한다.

화폭 제작, 구도 초고, 색칠, 정형, 금은 펴기, 표구, 불사 등 일련의 공예 절차가 필요하다.

한 폭의 탕카를 완성하는 데 짧게는 반년, 길게는 십여 년이 걸린다.

티베트족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현지 여성들
티베트족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현지 여성들
티베트인들은 금은을 옷에도 사용하기 때문에 티베트 민족의상은 아주 화려하고 매우 비싸다. 금, 은, 동, 산호, 마노, 비취, 터키석, 진주, 보석, 밀랍, 뼈 등의 원료와 정교한 공예가 필요한 캉바 전통 티베트 민족 의상은 2000만 원 이상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춤도 일종의 순례다

티베트족 집단 거주지역에 가게 된다면 꼭 현지인들과 함께 바탕셴즈를 춰야 한다. 바탕셴즈는 티베트족의 민간 가무로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티베트 수도 라싸의 벽화에도 바탕셴즈 그림이 있었다.

둔황의 벽화 중 ‘송국부인출행도’라는 당나라 말기 벽화에 나와 있는 민간 가무도 바탕셴즈다.

티베트인들에게 바탕셴즈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일종 순례 방식이다. 셴즈를 원춤이라도고 하는 데, 남녀노소가 원 모양으로 둘러서서 손을 흔들며 추는 춤이다.

여성들은 사뿐하고 자유롭게, 남성들은 힘차고 자유분방하게 춘다. 원은 이 춤의 가장 큰 특징이다. 걸을 줄 알면 춤 출줄 알고, 말 할줄 알면 노래할 줄 안다고 현지인들은말한다.

화시두스보 기자 류추펑(劉秋鳳)
인턴기자 천위이(陳禹毅)
#화시두스보#티베트#쓰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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