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부형권]뉴요커들은 왜 서울 관광을 오지 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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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권 뉴욕특파원
부형권 뉴욕특파원
미국에서 테러나 대형 총기 사고가 발생하면 한국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뉴욕은 괜찮으냐”라고 안부를 물어 온다. 뉴욕의 맨해튼 거리 풍경이 조금 달라지기는 한다. 주요 역이나 건물, 타임스스퀘어 같은 관광 명소에 무장한 특수경찰 수도 늘어난다. 하지만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에겐 그마저도 좋은 구경거리다. 기관총을 든 그들 옆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기 바쁘다. 테러나 총기 사고가 뉴욕 관광객의 ‘들뜬 표정’엔 별 영향을 주진 못하는 것 같다.

민관 합작의 뉴욕 관광 공식 마케팅 기관인 ‘뉴욕앤드컴퍼니(NYC & Company)’에 따르면 뉴욕 관광객 수가 40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2005년(4270만 명)이다. 그로부터 6년 만인 2011년(5090만 명)엔 50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엔 5830만 명이고 올해 예상은 5970만 명이다. 최근 기자가 만난 뉴욕앤드컴퍼니 관계자들은 “내부적으론 ‘6000만 명 돌파’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 약 1300만 명이 외국인이다. 한국의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1650만 명)와 견줄 만하다.

뉴욕 관광업계 종사자들로부터 “물 위에 떠 있는 백조(뉴욕)의 우아한 모습은 수면 아래의 쉼 없는 물갈퀴질로 유지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매일 맨해튼을 오가며 ‘뉴욕 관광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브로드웨이엔 뮤지컬 ‘해밀턴’의 열풍만 있는 게 아니다. 관객이 외면하면 가차 없이 막을 내리는 살벌한 경쟁이 끊임없이 계속된다. 1년도 못 버티고 간판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다. 관광객들이 잘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맨해튼 중심에 있는 펜 스테이션 기차역이나 주요 지하철역에선 ‘거리의 악사’들의 연주나 노랫소리가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다. 처음엔 ‘뉴욕은 구걸하는 사람들도 노래를 참 잘하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은 뉴욕 시의 정식 오디션을 통과해 교통국(MTA)의 음악 프로그램 멤버로 등록된 각 분야의 실력자들(총 200여 명)이다. 브로드웨이 대형 쇼에서 길거리 공연까지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붙잡으려는 민관의 노력은 이처럼 촘촘하다. “뉴욕에서 지루함을 느낀다면 그건 당신 잘못이에요. 뉴욕 탓이 아니에요”(‘우리 생애 최고의 해’(1946년)의 주연 여배우 마이어나 로이)라는 명언이 그냥 생긴 게 아니었다.

뉴욕의 이런 매력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도 2010년 22만3000명에서 지난해 32만8000명으로 47%나 늘었다. 이들 중 약 60%가 34세 이하 전문직 종사자거나 대학(대학원)생이다. 평균 열흘 정도 뉴욕에 머물며 1인당 2000달러(약 228만 원)를 쓴다(뉴욕앤드컴퍼니 자료).

반대로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20, 30대 미국인 뉴요커는 얼마나 될까. 그들은 한국에 얼마나 머물고 얼마나 쓰고 돌아올까. 그런 궁금증을 풀어 줄 통계조차 구할 길이 없었다. 너무 미미하기 때문이다.

매일 저녁만 되면 맨해튼 코리아타운엔 K푸드에 매료된 뉴요커들이 길게 줄을 선다. 지난달 CJ E&M이 주최한 한류 페스티벌 ‘K콘(K-CON)’ 뉴욕 행사에선 1만 명이 넘는 인파가 객석을 가득 메워 K팝의 한국어 가사를 크게 따라 불렀다.

이들 젊은 뉴요커의 ‘한류 사랑’을 서울 관광으로 연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K팝 스타들이 한국 관광 홍보 동영상을 만들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수입하고, 타임스스퀘어 야외 전광판을 벤치마킹하는 수준으론 턱도 없다. 뉴욕 관광의 우아한 질주를 가능하게 만든 민관의 끊임없는 물갈퀴질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물속으로 고개부터 처박아야 할 것 같다.
 
부형권 뉴욕특파원 bookum90@donga.com
#뉴욕#한국#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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