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텍사스의 흑백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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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6년 멕시코 땅이었던 텍사스에서 살던 미국계 사람들이 멕시코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멕시코 정부군이 들이닥친다. 후대에 알라모 전투로 알려진 이 전투에서 189명의 텍사스 민병대는 1800명의 멕시코 군에 전멸한다. 하지만 한 달 보름 뒤 샌하신토 전투에서 텍사스인들은 당한 것 이상으로 멕시코 정부군에 설욕한다. 이 일화는 왜 텍사스 주기(州旗)가 ‘론스타(lone star)’, 즉 외로운 별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남부에서도 텍사스는 유별나게 애국적이고도 보수적이다. 프로야구팀 텍사스 레인저스의 ‘레인저스(rangers)’는 순찰 민병대원이란 뜻이다. 남북전쟁 기간 5만 명이 넘는 주민이 북군과 싸웠을 정도로 민병대 전통이 강하다. 32개 주에서 사형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 사형 집행 건수가 가장 많은 주가 텍사스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텍사스 주지사로 있던 6년간 150건이 넘는 사형 집행에 서명해 인권 논란에 휩싸였다.

▷백인 경찰의 흑인 총격 사망으로 미국 사회가 들끓는 가운데 7일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백인 경찰 5명을 흑인 총격범이 조준 사격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저격 살해됐던 바로 그 도시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무기 소지가 합법인 미국에서도 텍사스는 첨단을 달려 공개적으로 무기 소지가 가능하다.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집회에도 시위대 가운데 20∼30명이 어깨에 군사용 AR-15 소총을 둘러메고 참여했다.

▷텍사스에서는 1960년대까지도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단이 암약했다. 큐클럭스클랜(Ku Klux Klan). 철커덕. 라이플총을 장전할 때 나는 섬뜩한 의성어다. 경찰 조준 사격도 그간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경우다. 공화와 민주, 백인과 흑인을 대표하는 부시 전 대통령 부부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12일 댈러스 경찰관 추모식에 모여 “하나의 미국”을 강조했다. 위기 앞에서 지도자들은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텍사스에서는 이 정도로 사태가 수습될 것 같지 않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멕시코#알라모 전투#론스타#흑백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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