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 공직자들 ‘도둑정치’로 연간 수십조원 착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7일 2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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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의 고위 공직자들이 이권 사업과 관련해서 뇌물을 받거나 외국의 원조금을 빼돌리는 등의 ‘도둑정치’를 통해 연간 수십조 원을 착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부패 정치인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 해당 국가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세계은행(WB)의 조사를 인용해 연간 200억~400억 달러(약 23조~46조 원)가 부패한 정치인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적도기니 대통령의 아들 테오도르 응게마 오비앙 망구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8000만 달러(약 928억 원)를 축적했다. 그는 이 돈으로 말리부에 고급맨션, 페라리 승용차 등을 구입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선 통신계약과 관련해서 공무원 뇌물로 8억5000만 달러(약 9860억 원)가 전달됐다가 올해 초 적발됐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재임한 사니 아바차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최소 50억 달러(약 5조8000억 원)를 착복했다.

미 법무부는 2010년 도둑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재산 환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 세계 부패 정치인들이 숨긴 돈을 찾아내 일단 은행 계좌에 억류시키고 법원의 환수 판결을 받아 해당 국가 시민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미 법무부는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등에서 15억 달러(약 1조7400억 원) 이상의 부정한 돈을 재판 등으로 은행 계좌에 묶어뒀다. 카자흐스탄에선 이런 방식으로 최근 5600만 달러(약 649억 원)가 환수됐다. 이 금액은 7만4470명의 어린이들에게 조기 교육을 시킬 수 있는 돈이다.

아바차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관련해선 30억 달러(약 3조4800만 원)가 스위스 영국 리히텐슈타인 등의 은행 계좌에 묶여 있다. 현재까지 13억 달러(약 1조5080억 원)가 환수됐고 3억2100만 달러(약 3723억 원)가 추가로 환수될 예정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슈루티 샤는 “부정한 돈 중 일부분이 은행 계좌에 동결되고 극소수만 실제 반환된다”며 “모든 정부와 국제기구들이 해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유종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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