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아진 샌더스, 민주당 경선 패배에도 영향력 여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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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들 “黨개혁 중요한 역할 해야”… 힐러리 공약 지켜보며 지지 미뤄

뜨거웠던 정치 축제에서 이제 한발 물러났지만, 그가 목소리를 낮출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135일간 치러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지고도 승자 못지않게 뚜렷한 족적을 남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사진) 얘기다.

14일 마지막 경선인 워싱턴 프라이머리를 패배로 마무리한 샌더스 의원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과 90분간 비밀 회동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샌더스 의원의 클린턴 지지 선언도 나오지 않았다. 그의 행보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4월 출마 선언을 할 때만 해도 변방의 외침이었던 그의 말 한마디는 이제 대선 판도를 요동치게 할 수 있다. 워싱턴타임스는 “Feel the Bern(버니를 느껴라)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했다.

민주당원들의 기대치도 높다. 로이터통신이 9일 당원 4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분의 3이 샌더스가 당 개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3분의 2는 클린턴이 샌더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클린턴은 샌더스와 나란히 뛰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캠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클린턴 캠프가 샌더스를 부통령 후보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 대신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상원의원(67)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어떤 후보에게도 납세 기록 등 지명에 필요한 서류를 요청하지 않은 초기 단계라고 WSJ는 전했다.

샌더스 측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샌더스 캠프의 고문인 래리 코언은 “샌더스는 특별히 부통령에 관심도 없고 제안 받는 것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샌더스는 이미 상원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갖는 의원이 됐다. 남은 대선에서도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는 16일 저녁 향후 정치 일정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공개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클린턴 지지 선언은 담기지 않을 것이라고 캠프 관계자는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 확대 등 그의 공약들을 클린턴이 얼마나 수용하는지를 지켜본 뒤 샌더스는 지지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모 일레이시 조지타운정치공공서비스연구소 이사는 “샌더스는 세 가지 방법으로 향후 나아갈 방향을 보여줄 것”이라며 ①클린턴 지지 선언 여부 ②선언을 언제 하는지 ③그와 지지자들이 민주당 내에 머물 건지 등을 꼽았다. 샌더스는 일단 당에 머물며 슈퍼대의원, 슈퍼팩(대형 정치자금 모금 조직) 등 그의 후보 지명을 가로막은 ‘유리 천장’에 대한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무산될 경우 신당 창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샌더스는 15일 밤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정치개혁은 계속됩니다. 저와 함께 하실래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샌더스#미국#대선#힐러리#클린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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