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以中制中’… 중국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백악관서 달라이 라마 또 만나… 취임후 4번째 회동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이며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2009년 이후 벌써 네 번째다.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가 만나는 장면과 대화록은 언론에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회동 장소도 대통령의 공식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가 아닌 백악관 관저 1층의 ‘맵룸’으로 정해 개인적인 만남임을 강조했다. 6일과 7일 이틀 동안 베이징에서 열린 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미국이 열흘도 채 안 돼 달라이 라마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이자 중국은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에 발끈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에 늘 감사한다. 티베트의 종교 문화 언어를 보존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는 미국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달라이 라마에게 분명히 전했다”고도 했다. 티베트 독립 문제는 중국이 가장 예민해하는 사안이다.

미 언론은 오바마가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 자체가 중국에 대한 압박이라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오바마가 중국의 반발에도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을 강행했다”고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는 회동 후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티베트 상황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얼마 전 불교는 중국 문화의 일부라고 했는데 중국 지도자가 티베트 불교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달라이 라마는 만남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은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당장 중국은 회동 자체를 문제 삼고 나섰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달라이 라마는 종교 지도자가 아니고 오랫동안 종교의 망토를 입고 분리운동을 조직한 정치적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루 대변인은 주중 미국대사관에도 엄중한 항의 의견을 전달했다며 “티베트 문제는 중국 국내 문제로 어느 국가도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 정부는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깼다”며 “양국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곧 물러날 오바마 대통령이 베이징의 분노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오바마#중국#달라이 라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