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아래 아늑한 집? 그 속에 아픈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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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6월 16일 0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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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비안코쇼크(Biancoshock) 인스타그램.
사진출처 - 비안코쇼크(Biancoshock) 인스타그램.
이탈리아 밀라노의 어느 길가. 맨홀 뚜껑을 열었더니 하수구가 아닌 사람이 살 수 있는 방이 보인다. 파란 타일로 만들어진 욕실도 보인다. 버려진 맨홀 아래 작은 주거 공간은 바로 아티스트 비안코쇼크(Biancoshock)의 예술 작품이다. 우리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맨홀 아랫집에 대해 미국의 사회 인권 매체 테이크파트(TakePart)가 지난 10일 소개했다.

이탈리아 설치예술가 비안코쇼크가 만든 맨홀 아래 세상은 따듯했다. 지하 속 침침한 하수구를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꾼 것. 평범한 사람들이 실제로 집에서 사용하는 소품과 예쁜 벽지를 이용해 작은방을 만들었고, 샤워 시설이 갖춰진 욕실 그리고 요리 기구가 있는 주방 등을 만들었다. 넓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그는 이 작품에 ‘삶의 경계(Borderlife)’라는 이름을 붙였다.

무심코 지나치는 맨홀 아래 공간을 ‘집’으로 바꾼 데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비안코쇼크는 루마니아의 부카레스트의 실제 지하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는 1989년 독재자인 니콜라이 차우세스쿠 정권 붕괴 후 방치된 고아들이 갈 곳이 없어 하수도에 숨어 살고 있다. 국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 지하에 거주지를 만든 것이다. 그 숫자가 약 6000명에 이르며 이들 중 아이들이 1000여 명에 달한다.

이곳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안중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 하수구 속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대부분 마약에 중독된 상태며 성매매에 노출되어 있다. 또 에이즈 감염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안코쇼크는 “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삶과 죽음, 사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과 갖고 싶은 것, 옮고 그름 사이에서 항상 고민을 해야 한다”며 “그들처럼 극단적인 환경에서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생각해 보고 싶었다. 어떤 문제를 피할 수 없다면, 그것들을 편안하게 만들어라”라고 언급했다.

또 “나는 예술은 미학일 뿐 아니라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감정, 의견,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이며, 예술가는 사회현상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이것이 나의 접근 방식이며 나는 행동하는 예술가다”라고 소신을 덧붙였다.

신효정 동아닷컴 기자 hj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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