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보·경제 패권다툼 드러낸 美中대화, 한국 전략은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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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은 안보 및 경제 분야에서 의견 차를 드러내며 충돌했다. 북핵 문제를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반도 핵 문제 등에 대해 (미중은) 긴밀한 소통과 협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대북제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보조를 맞추라”고 응수했다. 시늉만 하지 말고 대북제재의 국제공조에 더 강력하게 협조하라는 메시지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중국의 철강 공급 과잉이 세계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이번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주요 2개국(G2) 간 힘의 균형이 요동치면서 중국으로 기울었던 힘의 추가 미국으로 재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중국의 도움 없이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음을 인정하듯 2009년부터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시작했다. ‘중국의 부상(浮上)과 미국의 쇠퇴’ 분위기를 타고 중국은 2010년 남중국해 영토 분쟁을 일으켰고 천안함 폭침을 놓고도 한미와 대립했다. 미국이 주도한 세계질서에 중국은 순응하지 않겠다는 대국굴기(굴起)의 시기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과 제조업 혁명으로 ‘팍스 아메리카나 3.0’의 시대를 연 반면 중국은 성장세가 꺾이고 2008년 이후 퍼부은 부양책이 빚으로 쌓이면서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이 됐다.

시계(視界) 제로의 글로벌 패권경쟁에서 한국은 정교한 전략을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대해 정부가 외교적으로 찬성하면서도 경제부처 차원에선 공식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한쪽 면만 보기 힘든 입장 때문일 것이다. 이런 한국과 상관없이 세계질서는 급변하고 있다. 중국은 미 상무부가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 관세를 매긴 데 반발하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철강 생산 감축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번 미중 대화를 두고 ‘귀머거리들의 대화’라고 지적했다. G2 사이에 낀 한국이 줄타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단견이다. 한국이 산업구조 개혁에서 중국을 한발이라도 앞서나가지 못하면 최대 시장인 미국을 잃는 데 그치지 않고 거꾸로 중국을 추격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북핵은 미중 패권다툼에 ‘카드’로 전락할 수도 있다. 청와대는 국가전략회의라도 열어 대격변의 시기를 이겨낼 절체절명의 전략을 짜내야 한다.
#미중 전략경제대화#대북제재#패권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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