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원자재서 첨단기술로 ‘사냥 타깃’ 이동… 한국은 제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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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산업 먹어치우는 중국]슈퍼 포식자 중국
美 로봇업체 인수… 獨기업 눈독… 삼성과 경쟁 IoT업체도 삼켜
위협받는 한국
신성장산업 中과 대부분 겹치는데 글로벌 M&A 눈돌릴 여유 없어

중국 기업들의 거침없는 인수합병(M&A) 행보는 글로벌 M&A 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과 비교가 된다. 중국 기업들은 M&A를 시장점유율 확대뿐 아니라 부족한 연구개발(R&D) 역량 및 특허권을 확보해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줄이는 지름길로 활용하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중국 기업들이 특허권을 글로벌 경쟁사들을 겨냥한 날카로운 창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를 해 온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최근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 ‘특허 슈퍼 포식자’로 나선 중국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등록한 나라는 미국으로 5만7385건이었다. 2위는 일본(4만4235건), 3위는 중국(2만9846건)이었다.

중국은 특허 신청 건수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화웨이가 총 3898건의 특허를 등록해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네트워크솔루션 업체 ZTE가 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4위와 7위에 머물렀다.

중국의 M&A 투자 대상 지역은 2011년까지는 자원이나 원자재가 몰려 있는 아시아, 중동·아프리카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점차 선진 기술을 보유한 북미, 유럽 지역으로 옮겨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관심이 점차 ‘기술 및 특허권 확보’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는 뜻이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이사는 “중국은 시장, 자본, 인력을 갖추고 있지만 해외시장 진출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특허가 미국,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라며 “특허를 짧은 시간 안에 획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사한 특허를 가진 회사를 M&A하는 전략을 쓰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신산업 겹치는 한국이 주요 타깃 될 수도


중국의 기술 확보전이 국내 기업들에 위협이 되는 것은 두 나라가 추진 중인 신산업 분야가 대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2025년 제조업 강국 대열에 들어서겠다”고 선언한 중국의 ‘중국 제조 2025’에는 차세대 정보기술(IT), 고정밀 공작기계 및 로봇, 신에너지 자동차, 신소재 등 10대 핵심 산업이 나와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올해 3월 말 발표한 ‘한국 19대 미래성장동력’에도 5G 이동통신, 스마트 자동차, 지능형 로봇, 융복합 소재 등 이름만 다를 뿐 겹치는 사업 분야가 많다.

중국은 이미 신성장산업으로 꼽히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특허 출원 강자로 변신에 성공했다. 중국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본격적인 특허 등록이 나타나기 시작한 사물인터넷(IoT) 부문에서 중국은 한국,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출원 국가에 올라섰다. 3D프린팅과 나노테크놀로지, 로봇 분야에서도 특허 출원 선두주자다.

지난해 중국은 3D프린팅과 로봇 분야에서 전체 국제 특허 출원 건수의 35% 이상을 차지해 점유율이 세계 1위였다. 특히 로봇 산업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의 특허 출원은 전체의 1% 수준에 그쳤지만 2011년에는 25%까지 성장해 일본을 앞질렀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중국 정부도 ‘저가 대량생산’의 이미지를 버리고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바꾸기 위해 첨단 기술을 갖춘 외국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M&A를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업 IDC는 삼성전자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집중하고 있는 가상현실(VR) 시장에서 중국발 M&A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 국내 기업들도 M&A 시장에서 뒤처지지 말아야

지난해 국내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SK㈜와 SK C&C 간 합병 등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대형 ‘딜’이 있었다. 삼성그룹이 각각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화학·방산 계열사들을 매각한 것도 주목할 만한 기업 간 M&A 거래였다. 지난해 국내 M&A 시장 규모는 사상 최대인 875억 달러로 2012년보다 3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규모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규모는 36억 달러(약 4조2800억 원)로 해외 기업의 국내 기업 M&A 규모 67억 달러(약 7조9700억 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해외 기업 M&A 투자 규모는 일본, 중국, 영국, 호주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장기적으로 신시장 및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적극적인 지분 투자나 글로벌 M&A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대규모 특허전쟁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김창덕 기자
#중국#미래산업#원자재#첨단기술#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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