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만 올리고 발빼… M&A시장 ‘차이나머니’ 주의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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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우드 인수 4억달러 추가 베팅후 사흘만에 포기… 안방보험 ‘미스터리 행보’

“중국의 불투명한 규제와 금융환경에 조심해야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세계적인 호텔 체인 ‘스타우드 호텔 앤드 리조트’ 인수전에 뛰어든 중국 안방보험이 인수가격만 높여놓은 뒤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막판에 발을 빼버리자 이같이 보도했다.

안방보험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스타우드에 제안했던 140억 달러(약 16조1000억 원) 상당의 인수안을 철회하면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시장 상황을 고려했다”고 두루뭉술하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안방보험의 컨소시엄 파트너인 프리마베라는 “긴 인수전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만 했다. 불과 사흘 전 인수가격을 입찰 경쟁자인 메리엇보다 4억 달러나 올린 후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안방보험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을 인용해 “우샤오후이(吳曉暉) 안방보험 회장의 날개가 감독 당국에 의해 꺾였다”고 보도했다. 당국의 저지로 인수 제안이 철회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달 23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도 “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보험사 전체 자산의 15% 이상을 해외에 투자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안방보험의 스타우드 인수를 반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굵직굵직한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안방보험이 ‘자산 15% 이상 투자 금지’ 규정도 모른 채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가 낭패를 봤다는 추론은 상식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안방보험이 메리엇이 제시한 가격보다 4억 달러를 올린 지난달 28일에는 이런 규정에 따라 보험감독위가 반대한다는 보도가 이미 나온 뒤였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인 우 회장이 세운 안방보험은 2004년 작은 자동차보험 회사에서 10여 년 만에 세계 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초고속 성장에는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안방보험이 가격을 파격적으로 올리면서까지 스타우드 인수에 공들였으나 결국 감독당국과의 힘겨루기에서 ‘날개가 꺾였다’는 관측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확한 속내는 베일에 싸여 있다. 일각에선 전액 현금 매입 방침을 밝힌 안방보험 측이 인수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란 뒷말도 있다.

WSJ는 “M&A 최종 단계에서 많은 장애가 있지만 중국 기업의 경우 불투명한 규제와 금융환경, 미국 규제당국의 반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방보험의 ‘변심’으로 메리엇은 최초 제안(122억 달러)보다 14억 달러(약 1조6100억 원)나 더 비싼 값을 주고 스타우드를 인수해야 할 상황이 돼 버렸다. 현금 보따리를 싸들고 인수전에 뛰어든 안방보험에 놀란 메리엇이 결국 독박을 쓴 것이다. 안방보험의 비상식적인 막판 빠지기 전략으로 글로벌 M&A 시장에서 중국 자본의 신뢰에 금이 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WSJ는 중국의 오리진테크놀로지가 다른 업체와 인수 협상 중인 미국 바이오칩 회사 어피메트릭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최근 갑자기 발을 뺐다며 중국 자본의 예측 불가능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꼽았다. 어피메트릭스는 1월 초 서모피셔 사이언티픽에 13억 달러(약 1조4950억 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으나 오리진테크놀로지가 뒤늦게 뛰어들어 인수전이 불붙었다. 오리진테크놀로지는 지난달 31일 인수 철회를 발표하면서 “어피메트릭스 측이 (인수대금의 일부인) 수천만 달러를 4월 4일까지 입금하라는 불합리한 조건을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월스트리트저널#스타우드 호텔#인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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