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마오쩌둥 = 시쩌둥?…문혁 50주년 앞두고 ‘제2 마오쩌둥’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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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통제-개인우상화 강화하는 시진핑… 문혁 50주년 앞두고 ‘제2 마오쩌둥’ 논란

5월 16일 중국 현대사의 정치적 격변기인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년) 발발 50주년을 앞두고 최근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사상 통제를 당시와 비교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평등이 만연하지 않았던 당시가 지금보다 나았다는 향수마저 퍼지면서 중국 당국이 단속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그동안 문혁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뤄진 적이 없다”며 “최근 언론 통제 강화 등 시 주석의 행보가 문혁 때와 비슷하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당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시 주석의 지나친 언론 옥죄기는 문혁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시 주석은 “언론매체는 반드시 당을 따라야 한다”며 당을 비판하는 지식인을 잇달아 구금했다. 지난달 29일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웹사이트에 시 주석의 사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이 올라오는 등 반발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문혁으로 100만 명 이상이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았고 400만 명 이상이 감옥에 갔다”며 “최근 과도한 통제와 검열이 문혁 시대 홍위병 활동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상에서 부동산 블로거인 런즈창(任志强)을 집단 공격한 좌파 누리꾼도 홍위병과 비교된다. 런즈창은 2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관영 언론의 충성 맹세를 비판했다가 계정이 폐쇄 당했다.

시 주석의 개인 우상화와 1인 지배 체제도 마오쩌둥(毛澤東)과 닮은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시 주석의 배지가 등장하고 건물 철거에 저항해 시 주석의 얼굴 사진으로 건물 외벽을 도배한 사건을 두고 외신들은 ‘마오쩌둥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이념적 순수성과 경제적 평등, 지도부의 높은 도덕성을 따져보면 지금보다 오히려 문혁기가 나았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런민(人民)대 장훙량(張洪量) 교수는 “문혁 시대의 혼란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당시는 부패 관리가 거의 없었던 반면 지금은 중국의 부패 관리가 전 세계의 부패 관리 수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고 꼬집었다. 문혁 시기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FT는 “일부 시민은 오늘날 반(反)부패 캠페인을 당시 자본가 축출 운동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한다”고 전했다.

관영 언론은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느라 부심하다. 환추(環球)시보는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일방적인 찬양론자와 비판론자 모두 문혁기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며 “문혁에 대한 평가는 당의 공식 결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문혁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하면 정계와 학계에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은 1981년 6월 제11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문혁을 “건국 이래 국가를 좌절과 손실로 몰아넣은 비극이며 혁명이나 사회적 진보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재미 역사학자이자 문혁 전문가인 쑹융이(宋永毅) 작가는 SCMP에서 “‘1981년 결의’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타협의 산물”이라며 “당시 공산당은 경제개발에 집중하느라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왕멍(王蒙) 전 문화부 부장도 3월 초 출간한 책에서 “과거 10년의 혼란에 대한 회고가 필요하다”면서 “당과 지식인들은 그 사태(문혁)에 대해 더 설명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불을 지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시쩌둥#시진핑#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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