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타헤리안 주한 이란대사, 제재 해제 이후 첫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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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重-한전, 이란과 사업 협의… 한국기업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산 타헤리안 주한 이란대사는 “경제제재 해제로 이란은 세계경제와 국제사회에 다양한 방향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이란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들에도 성장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하산 타헤리안 주한 이란대사는 “경제제재 해제로 이란은 세계경제와 국제사회에 다양한 방향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이란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들에도 성장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 기업들은 이란에서 오래전부터 좋은 이미지를 쌓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란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 간 경쟁이 훨씬 치열해지고 있어 한국 기업들도 더 빠르고(fast), 공격적으로(aggressive) 움직여야 합니다.”

하산 타헤리안 주한 이란대사(64)는 27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본보와 1시간 동안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강조했다. 핵 협상 타결과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를 계기로 이란 시장이 향후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자칫 안이하게 대처할 경우 ‘시장 주도권’을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으로 들렸다.

―경제제재 해제 후 이란 시장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발 규모가 얼마나 될까.

“이란에서는 향후 5년간 석유와 천연가스 관련 부문에서만 총 50개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발주될 예정이다. 액수로는 1850억 달러(약 222조5550억 원) 정도 된다. 정보통신기술(ICT), 교통, 의료 등 비(非)석유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미 항공기 구입 등에서부터 이란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지 알 수 있지 않나.”

―경제제재 해제 후 한국과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은 어떤가.

“한국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이란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싸게 판매해 평판이 좋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이란 진출 움직임은 엄청나다. 특히 유럽 기업들이 적극적이다. 한국 기업들이 계속 성과를 내려면 더 연구하고 훨씬 도전적이어야 한다.”

―포스코가 내년 상반기 이란에 제철소를 착공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다른 한국 기업과도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가.

“현대자동차는 이란 현지 자동차 기업과 협력해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현대차는 국내에서 반조립된 부품을 현지 업체에 보내면 이 업체가 완성해 현대차 브랜드를 달고 판매하는 방식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공사의 사업 추진 얘기도 이 대목에서 나왔다. 양 사는 맞다고 인정했다).”

―이란은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하나.

“이란은 전 세계적인 평화와 안정을 희망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 이란이 북한과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란은 방위산업과 관련된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어 북한과 협력할 필요가 없다.”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슬람국가(IS) 퇴치’에 적극 나설 것인가.

“미국과는 아직 불신의 벽이 높다. 향후 핵협상 이행과정은 미국을 시험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서로 신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IS 퇴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IS가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수도인 바그다드도 위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을 때부터 이란은 이라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란 문화에 대한 한국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란에서는 TV 드라마 ‘대장금’ 등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인기가 엄청나다. 한국에도 230명의 이란 유학생이 있고, 이 중 150명이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이란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고, 오해도 많은 것 같다. 동아일보 같은 유력 언론이 이란에 진출해 현지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전달해주길 바란다.”

2014년 7월 취임한 타헤리안 대사는 이란 외교부의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꼽힌다. 1980∼85년 서울에서 근무했고, 1992∼93년에는 북한 평양에도 주재했다. 자녀 셋 중 첫째(아들)와 둘째(딸)가 첫 번째 서울 근무 시절 태어났다. 막내아들은 이란 기업 서울지사에서 일한다.

이세형 turtle@donga.com·박용 기자
#이란#핵협상#한국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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