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국 獨 “강제징용 표지석 세우자” 중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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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징용현장 세계유산 등재 난기류]
7월초 세계유산위 총회서 표결… 21개 위원국 동향은
위원국 “편들기 곤란… 韓日합의를” 아사히신문 “최종심의 늦춰질수도”
위원국 임기 2015년으로 끝나는 일본… 심의 연기되면 등재 전략 차질

일본 아사히신문은 23일 자에서 “일본의 유네스코 위원국 임기가 올해까지이고 이후 6년간 입후보할 수 없어 이번에 등록되지 않으면 언제 다시 등록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강하다”고 정부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병현 파리 유네스코 한국대표부 대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과의 협상에서 한국정부의 첫 번째 목표는 일본이 신청한 강제 노동 시설 8곳을 등재 목록에서 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목표가 여의치 않을 경우 차선책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는 하되 강제 노동 관련 내용을 함께 넣는 것을 협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6월 28일∼7월 8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회 세계유산위원회의 총회에서는 총 40여 건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이 의결될 예정이다. 총회에서 투표권을 가진 21개 위원국은 아직까지는 대부분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인 독일도 이번 총회에서 40여 건의 세계유산 등재 의결을 평소처럼 ‘잔치 분위기’로 치렀으면 하는데, 한일 간에 심각한 이슈가 있어서 고민이 많은 상태다. 독일은 의장국으로서 일본의 메이지 시대 산업 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과 관련해 한국인 징용을 알리는 표지석을 세우는 중재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이를 거부하면 7월 초 총회에서 21개 위원국이 등재 찬반 투표를 벌이게 된다. 등재되기 위해서는 기권을 제외하고 찬반 투표를 한 이사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아사히신문은 23일 자에서 일본 정부가 6월 말 열리는 유네스코 총회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최종 심의가 연기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익명을 요청한 문화청 간부를 통해 “총회에서 등재될 게 분명하다고 하지만 ‘심의 연기’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 분위기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스라엘의 ‘3중 아치 문’은 이코모스의 ‘등록’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경문제가 있어 심의 연기 결정이 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2008년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 지역에 있는 ‘3중 아치 문’을 문화유산으로 신청했지만 아랍 국가들이 국경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바람에 결국 2011년 유네스코 총회는 심의 연기를 결정했다.

일본 정부도 심의가 연기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위원국 임기가 2017년까지 4년인 데 반해 일본은 올해로 위원국 임기가 끝나 심의가 연기되면 등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일본 정부 관계자는 산케이신문에 “등록은 이번에 한해 가능한 단판 승부다”라고 말했다.

한편 위원국은 현재 일본과 한국을 포함해 총 21개국이다. 일본이 신청한 유산의 경우엔 당사국인 일본을 제외한 20개국이 심의한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의 협의 요청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일본 외무성 간부의 말을 전하며 그 배경에 대해 “세계유산위원회의 위원국을 신경 쓰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이 한국과 성실히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 투표권을 가진 위원국들의 마음을 사려고 한다는 것이다.

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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