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71.8%… 보수층 결집으로 네타냐후 ‘위기 탈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스라엘 총선서 예상깨고 승리… 30석 얻어 4번째 총리직 눈앞
변화 원하는 유권자 달래기 숙제

결국 네타냐후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의 승리였다.

18일 이스라엘 총선 출구조사 결과 제20대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의 승자는 보수 정당인 집권 리쿠드당이 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4번째 총리 고지에 한발 더 다가섰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그는 트위터에 ‘위대한 승리’라고 썼다.

당초 리쿠드당은 낙승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보수층이 매우 강하게 결집하면서 리쿠드당은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지리적으로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전통적으로 안보와 팔레스타인 평화 문제 등이 선거에서 매우 주요한 이슈다. 특히 안보는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선거마다 안보 이슈가 중요하게 등장하면서 유권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실제로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선 주택 부족과 높은 생활비 등 사회 경제적인 실용 이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쿠드당은 선거일 전날에야 경제 문제를 거론할 정도로 안보에 모든 것을 걸었다.

반면 중도좌파인 시오니스트연합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주택난과 집값 상승 등 민생 관련 이슈와 사회 문제를 내세워 표심을 공략했다. 당초 현지 여론조사 기관들은 리쿠드당이 22석 정도 차지하고 최대 야당인 시오니스트연합은 리쿠드당보다 4석 많은 26석을 확보할 것으로 점쳤었다. 일부 리쿠드당 지지자들은 경제 문제 해결과 관련된 공약을 내걸었던 또 다른 중도 성향의 쿨라누당으로 지지 정당을 바꾸기도 했다.

위기에 봉착한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보수층을 결집시키기로 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보수층을 자극하는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이달 3일 미국 의회 연설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미국의 핵 협상이 가져올 이스라엘 안보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다. 보수층을 겨냥한 사실상 선거 유세나 다름없었다.

선거 직전에는 “아랍계 유권자들이 떼를 지어 투표장으로 향하고 있다. 우익은 위기에 처했다. 리쿠드당에 투표하라”고 선동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선거일 바로 전에는 이스라엘의 점령지구인 동예루살렘에 유대인 정착촌을 계속 건설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자신이 재선하면 팔레스타인에 국가가 설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의 강경 발언에 전체 유권자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아랍계 유권자들은 크게 발끈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협상 대표인 사에브 에레카트 씨는 “네타냐후가 (강경 발언으로) 재집권을 할 것이 명백해 보인다. 가자지구 전쟁범죄와 정착촌 건설 등의 문제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이스라엘을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번 선거 결과에는 유대인의 분파 갈등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 보도했다. 유대인은 크게 독일, 동유럽 등에서 이주한 아시케나지와 북아프리카, 중동,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서 건너온 범세파르디로 나뉜다. 아시케나지는 건국 초기부터 정부의 기득권을 형성하면서 세파르디를 ‘2등 시민’으로 취급하며 차별했다. 세파르디는 1949∼1977년 이스라엘의 정권을 장악한 아시케나지의 좌파 엘리트 노동당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세파르디가 노동당의 적자인 이츠하크 헤르조그 시오니스트연합 공동대표가 집권하지 못하도록 리쿠드당에 표를 몰아줬다는 분석이다. 노동당은 하트누아당과 함께 시오니스트연합을 만들어 선거에 참여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무려 71.8%에 달했다.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아랍계의 투표율은 2013년 선거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67∼68%를 기록했다. 예후다 벤메이르 국립안보연구소 연구원은 18일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거대 정당인 보수의 리쿠드당과 중도좌파의 시오니스트연합이 심각할 정도로 강력해지고 있다. 두 정당 모두 중도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국 안정에 큰 도움을 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선 변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리쿠드당의 전통 지지층도 이스라엘의 미래와 변화, 희망을 위해선 다른 정당을 찍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다. 리쿠드당을 지지하는 오프라 코헨 씨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실망했다. 그의 정책은 기득권에겐 효과적이다. 하지만 중산층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레호보트 시에 거주하는 엘라드 그라피 씨(29)는 “이번 선거 결과는 누가 이기든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네타냐후#보수당#위기 탈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